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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시대공감] 한강 노벨문학상이 남긴 희망

2024-10-18

한강 신드롬과 독서 열풍
한국문학 전세계 관심 받아
번역과 홍보 중요성도 커져
진지한 독서문화 확산되면
지식강국으로 도약 가능성

[하재근의 시대공감] 한강 노벨문학상이 남긴 희망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6일 만에 한강의 책이 100만 부가 팔릴 정도로 신드롬이 나타났다. 이 정도의 판매 속도는 유례가 없다고 한다. 장르오락소설이나 실용서적이 아닌 순수문학서적이 큰 관심을 받는 것이어서 매우 뜻깊다. 한국에서 문학이 거의 고사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문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등 진지한 독서를 하는 사람이 씨가 마를 상황이다. 지난해 성인 중 일반 도서를 한 권도 안 읽은 이가 57.0%라고 한다. 특히 젊은 세대는 인터넷 영상기기를 주로 쓰다 보니 책을 안 보게 돼 문해력 문제가 나라의 현안이 됐다. 사고능력 자체가 퇴화하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극적인 인터넷 정보만 접하다 보면 깊고 긴 호흡의 사유를 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러면 우리 사회가 더 거칠어지고 민주시민사회의 성숙도 어려워질 수 있다.

마침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텍스트힙(Text Hip)'이란 유행이 번지고 있었다. 글자(Text)와 멋지다(Hip)를 결합한 신조어로 독서에 관심 갖는 트렌드다. 하지만 진지한 독서보다는 SNS 독서 인증 등으로 책을 그저 팬시한 트렌드 상품 정도로 활용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럴 때 노벨문학상 소식이 들려오자 텍스트힙 유행이 비로소 진지한 독서문화로 승화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강의 책에 관심을 가지면서 더 나아가 한국문학 전체로 관심을 넓혀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문학에 대한 관심이 인문사회과학 등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성숙한 선진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외부로부터의 인정에 매우 민감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방탄소년단도 서구권에서 인기가 있다고 하자 국내에서 신드롬이 터졌다. 이번에 노벨문학상으로 국내에서 한강 독서 열풍이 터진 것처럼, 또 다른 작가들이 해외에서 인정받게 되면 한국문학에 대한 국내에서의 관심이 더 고조될 것이다.

그러려면 번역이 중요하다. 한강이 서구권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에도 영국인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역할이 컸다. 그런 번역가들이 많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의 번역 지원 사업이 이번 노벨문학상에 큰 역할을 하긴 했다. 교보생명의 대산문화재단과 정부의 한국문학번역원이 한강 도서 번역 등에 많은 지원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 외국인이 한국 작가의 작품에 접근하는 데 장애가 없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 수준이 아니다. 더 나아가 우리 한문 고전과 해외의 지식에 한글로 접근하는 데도 장애가 없어야 한다. 그 정도가 돼야 한국이 지식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국가가 대대적으로 번역사업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영국인 데보라 스미스가 한강을 홍보해서 2016년 맨부커상 수상에 큰 역할을 했듯이 한국 작가와 작품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식민지, 내전, 초고속 산업화와 민주화 등 격동의 현대사를 겪어낸 나라다. 한강 말고도 세계에서 인정받을 만한 문학이 얼마든지 태어날 수 있는 배경인 것이다. 이미 많은 작품들이 나와 있는데 해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번역과 더불어 홍보가 중요하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해외에서 한국문학, 한국문화, 더 나아가 한국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다. 이럴 때 우리가 진지한 독서문화 확대로 지식수준을 높이고, 적극적인 번역 등의 사업으로 다른 수상도 이끌어낸다면 한국이 더 놀라운 지식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린 자원이 부족하고 쌀 이외엔 먹을 것도 자급하지 못하는 열악한 조건이다. 문화 융성과 지식 강화에 나라의 미래가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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