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기술발전 속 인간성 상실 심각…인류 정신혁명 위한 올림픽 열자"
조덕호 대구대 명예교수는 세계정신올림픽이 날로 피폐해지는 인간 본연의 정신을 회복하고, 나아가 인류 평화와 화합을 이끄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주 대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
세계정신올림픽? 꽤 낯선 개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듣는 말일 것이다. 당연하다. 한 번도 열린 적이 없고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도 정신올림픽이 정확히 뭔지 모른다. 아마 내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 명뿐일 것이다. 세계정신올림픽을 구상하고 한국에서 첫 개최를 추진하는 조덕호 세계정신올림픽연합회 조직위원장(대구대 명예교수)이다. 전 세계 스포츠축제인 하계·동계올림픽처럼 세계정신올림픽을 우리나라가 만든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조 위원장을 엉뚱하다고 생각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를 괴짜 몽상가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조 위원장은 도시·지역계획 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대구대 행정학과 교수로 수십년간 재직하면서 국내외에 410편의 논문을 발표한 탁월한 학자다. 한국지역개발학회장, 한국정부학회장, 대한지방자치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공신력도 갖췄다. 학자로서의 화려한 이력보다 주목할 점은 우리사회를 변화시킨 그의 참신한 아이디어다. 현재 시행 중인 농지연금과 주택연금제도뿐만 아니라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를 제안하고 설계한 사람이 조 위원장이다. 그의 열정과 추진력이라면 세계정신올림픽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듯하다. 실제로 지난 8월 경북 청도에서 세계정신올림픽 준비를 위한 대규모 연합학술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려 기대감을 높였다. 무엇보다 조 위원장이 강조하는 현대인의 정신혁명이 시대적 요구라는 점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물질문명에 중독된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스피리투스(영적 인간)로 변화시키는 게 세계정신올림픽의 지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야심찬 프로젝트의 앞날이 궁금하다.
▶세계정신올림픽 구상 계기는 무엇인가요.
"인류 문명은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1·2· 3·4차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ICT)은 거의 궁극에 도달했습니다. 기술적 측면만 보면 인간은 거의 무애(無碍)의 경지까지 와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현대인의 정신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AI와 디지털 세계에 몰입할수록, 인간다움을 잃고 자아 성찰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에 큰 경고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지키고, 자아를 성찰하며 정신적으로 성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 정신의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공유하는 최선의 방법이 '세계정신올림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년마다 열리는 하계·동계올림픽이 인간의 신체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 제전이라면, 세계정신올림픽은 인류의 정신적 성숙과 지혜를 겨루고 공유하는 축제인 셈이죠. 요약하면, 세계정신올림픽은 인류가 기술적 무애에 이어 정신적 무애까지 나아가기 위한 방안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정신올림픽을 어떻게 만들어볼 생각인지.
"세계정신올림픽은 점차 쇠퇴해가는 인류의 영적 성장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이 보유한 정신적, 철학적, 종교적, 문화적 전통에서 얻은 지혜를 나누고, 인간 정신(마음)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구상 중인 프로그램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명상 대회입니다. 각 나라의 전통 명상법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이 특정 명상 기술을 배우고 실천하면 자신이 얼마나 깊은 정신적 고요와 집중을 이룰 수 있는지 측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세계적인 철학자와 사상가들이 인간의 본질과 자아실현 등 다양한 주제를 두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인류 공통의 정신적 가치를 찾는 국제적 담론의 장이 될 것입니다. 셋째는 미술·음악·무용 등 다양한 예술 분야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내면의 통찰과 각성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이외에도 기후 위기, 사회적 불평등, 전쟁 등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정신적 해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4년마다 신체 중심의 올림픽 개최하듯
인간 정신의 중요성 알리는 장 있어야
각국 문화·종교·철학적 지혜 나누고
인류 직면한 문제에 해법 제시할 것
1회 대회 한국서 개최하는 것이 목표
우리나라가 세계 정신문화 수도 되길
▶세계 평화와 화합에 기여할 핵심가치가 있다면.
"우리 민족 고유의 홍익인간(弘益人間) 이념이 그 길을 제시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사상은 고대의 낡은 가르침이 아닙니다.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의 공존과 협력을 이끄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전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세계정신올림픽 정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정신올림픽은 홍익인간 사상을 길잡이로 삼아 인류가 하나로 화합하고 평화를 이루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홍익인간의 이념이 정신올림픽에만 국한된 건 아닙니다. 지금도 아프리카 빈곤국 아이들은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저의 또다른 꿈은 한국뿐 아니라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후원하는 '어린이가 굶지 않는 세상'(NHCW-No hungry children in the world)을 유엔기구로 만드는 것입니다."
▶정신올림픽 성공을 위한 해결 과제는.
"세계정신올림픽은 참가자 개인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공동의 목표인 인류의 정신적 성장도 추구해야 합니다. 이 같은 대전제 아래에서 몇가지 실무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참가자들이 추구하는 정신적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명상 대회에서 참가자의 수행 및 집중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구체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신올림픽의 의미와 가치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관심을 끄는 것도 중요합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유명인들이 명상하거나 심리적 치유를 경험하는 과정을 보여주면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국제기구나 국내외 대기업 후원을 받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정신올림픽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정신적 성장을 위한 교육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체육 수업만 할 게 아니라 심육(心育)을 함께 기를 수 있는 수업과정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올림픽 준비가 무르익으면 아이들의 정신 성장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 학교에 명상과 마음 챙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수업을 도입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은.
"정신올림픽 구상은 수년전부터 해왔지만 행동으로 옮긴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당연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김하수 청도군수와 함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지난 8월 청도에서 개최한 연합학술대회는 세계정신올림픽의 본격적인 론칭을 알리는 이벤트로 손색이 없었다고 자평합니다. 이날 발표, 사회, 토론에 참가한 학자와 전문가, 종교인이 600명이나 됐습니다. 또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상훈(국민의힘) 의원,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박광국 정부업무평가위원장 등이 내빈으로 참석해 정신올림픽 추진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는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국회와 중앙 정부를 찾아가 관심과 도움을 요청할 것입니다. 또 내년 APEC 정상회담 주제에 포함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범국가 차원에서 세계정신올림픽 준비를 위한 국제연합학술대회를 개최한다면 세계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함게 '세계정신올림픽 개최지원을 위한 특별법' 추진에도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그 이후 한국정신올림픽조직위원회와 세계정신올림픽조직위원회를 만들어 제1회 세계정신올림픽을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정신문화의 성지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을 바랍니다."
허석윤 논설위원 hsyoon@yeongnam.com
허석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