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반수 그림 보고 구상…움직임 특징에 중점 두고 안무
국립 시스템 가져와 작업…연습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지역 안무가의 작품을 발굴해 국내외 유통하기 위한 국립현대무용단의 지역상생프로젝트 '코레오 커넥션'이 11월1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무대에 오른다. 국립현대무용단은 프로젝트 추진에 앞서 지역별 간담회를 진행했고, 이후 권역별 공모로 작품을 선정해 제작을 진행했다. 대구·경북권 작품으로는 박수열〈사진〉 안무가의 '몹'이 선정됐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29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난 박 안무가는 "사람과 동시대에 관한 주제 이런 것만 보고 늘 함께 작업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선정된 후에는 대구 지역 무용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임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작품 제목인 '몹'은 게임상 하나의 괴생명체를 지칭하는 말로, 다른 생명체와 싸워서 이기면 더욱 강력해지는 존재다. 박 안무가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그림을 보고 '고대시대부터 인간은 강력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라고 생각했고, 이는 작품의 시작이 됐다.
"현시대에도 물질이든 생명이든 모두 영원한 생명을 갈구하고 강력해지고자 했어요. 그때(고대)는 동물의 야성, 인간의 지능을 결합하고 싶은 것이었다면, 현시대는 기계와 결합해 무한한 생명을 얻고 강력해지고자 하는 욕망이에요. 강해지고 싶은 욕망이 생기다 보면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지고, 결국은 다 멸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몹'은 움직임의 특징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어떤 것을 표현하는 무용수가 아닌 그 감정 자체인 무용수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선보이기 위해 리서치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나오는 무용수의 동작이 굉장히 그로테스크하고, 어떤 경우는 괴생명체 같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요구한 것도 있지만, 무용수 각자의 몸으로 그런 이미지들이 나타나는데요. 움직임 자체를 보는 것도 작품의 흥미로운 요소일 것 같아요."
지역상생프로젝트는 국립현대무용단의 모든 시스템을 그대로 가지고 와 대구에서 작업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연습 장소는 프로젝트의 파트너 극장인 대구문화예술회관 측이 섭외했다.
"국립현대무용단 프로듀서가 매주 내려와 작품을 보고 피드백을 주면서 작품을 만들어 갔어요. 의상과 조명도 담당하시는 분이 대구에 오셨어요. 대구에서 저희는 이동하지 않고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지역 출신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졸업 후 현재 대구에서 활동 중인 박 안무가는 2년 전 '수무브'라는 단체를 창단해 활동 중이다. 수무브는 대구를 기반으로 하면서 국제 교류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 안무가는 이번 지역상생프로젝트를 계기로 이러한 작품 제작 시스템이 지역 무용계에도 자리 잡길 바랐다.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면 안무가는 혼자 작업을 할 수 없는 사람인데요. 특히 지역 안무가들은 모든 역할을 혼자 다 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원사업이나 사비로 외국에 나가는 저로선 정말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이 프로젝트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 경험을 무기로 갖고 더 한 단계 나아가야 할 것 같아요."
글·사진=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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