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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어린것들의 거대한 세계…몰랐거나 보지 못했던, 새끼동물의 기발한 생존법

2024-11-15

포유류·조류·파충류·곤충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
탄생~유치자시절 고군분투기

[신간] 어린것들의 거대한 세계…몰랐거나 보지 못했던, 새끼동물의 기발한 생존법
긴꼬리단풍조(오른쪽)와 기생하는 천인조의 모습. 천인조는 긴꼬리단풍조 부모를 속이기 위해 똑같이 진화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신간] 어린것들의 거대한 세계…몰랐거나 보지 못했던, 새끼동물의 기발한 생존법
대나 스타프 지음/주민아 옮김/최재천 감수/위즈덤하우스/368쪽/2만2천원

성체가 아닌 새끼를 생각하면 '귀엽다'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강아지, 새끼 오리가 뒤뚱뒤뚱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어미 캥거루 주머니에서 얼굴을 내민 새끼 캥거루의 모습도 그렇다. 반면 모양이 묘한 어린 동물도 있다. 예를 들면 나방 애벌레는 마치 뱀처럼 보이는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깃털이 나지 않은 되새 새끼의 부리는 마치 몬드리안의 그림 같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어린 동물'들이지만, 막상 대부분 사람은 어떤 동물을 떠올렸을 때 대부분 그 동물의 성체를 생각한다. 달걀이나 병아리보다는 닭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올챙이가 아니라 개구리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알고 보면 지구상 동물 대부분은 새끼들이다. 성체보다는 새끼의 수가 많다. 이는 새끼는 성장 과정에서 일부는 죽고, 남은 일부가 성체로 자라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끼 동물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새끼 동물은 발견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성체의 동물만 온전한 생명체로 인정하며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새끼 동물에 대해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이 책은 어린 동물의 특성과 성장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해양생물학자 대나 스타프는 '아메리카대왕오징어'로 알려진 훔볼트오징어를 중심으로 무척추동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는 자연 발생한 훔볼트오징어의 '알 덩어리'를 기적적으로 발견한 경험을 계기로 다양한 종의 새끼 동물들에 관심을 두게 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 곤충 등 다양한 종의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탄생부터 인간의 사춘기라 할 수 있는 유치자 시절까지 생태와 생존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에선 어미가 남긴 특별한 침전물로 어릴 적 소화 능력을 갖추게 되는 쇠똥구리, 1980년대 초반 27마리였던 캘리포니아 콘도르가 504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기까지 양부모 새의 노력 등 다른 과학책에서 보기 드문 어린 동물들의 고군분투기를 그린다.

이 책에는 다양한 형태의 어린 동물의 생존법을 담고 있다. 천인조는 긴꼬리단풍조의 둥지에 기생해 자란다. 다른 새의 둥지 안에 알을 몰래 넣고 부화해 새끼를 키우는 이른바 '탁란'을 하는 것이다. 이 두 종의 성체는 전혀 다른데, 새끼 때 입은 매우 닮았다. 이는 천인조가 긴꼬리단풍조 부모를 속여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어릴 때만 입이 같은 무늬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호주 뻐꾸기 중에는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버릴 것을 예상해 알이 둥지와 비슷한 갈색으로 진화한 종도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명체 초기 단계를 연구하는 과학인 '발생생물학'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어떻게 세상과 맞닿아 있는 학문인지에 대해서도 짚는다. 그러면서 중요한 사실에 대해 자연스럽게 언급한다. 어린 생명체는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무능력하고 미숙한 개체가 아닌, 어엿한 생명의 주체라는 것. 또 그들이 성체가 되면 갖지 못한 능력을 갖춘 생태계의 또 다른 참여자이며, 살아 있는 동안 가장 유연하게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하면서 종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능동적인 주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모든 종의 어린 구성원은 우리 지구가 펼치는 드라마에 왕성하고 활발하게 참여하는 주인공"이라며 "새끼 동물은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이며, 경쟁자이면서 협력자다"라고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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