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1114010001784

영남일보TV

[미디어 핫 토픽] 수능과 성공경험

2024-11-15

14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치러졌다. 수능은 대부분의 사람이 인생에서 처음 만나는 큰 시험인 만큼 적어도 그날 하루 동안은 온 나라가 수험생을 위해 움직인다. 은행 영업시간이 평소보다 한 시간씩 늦춰지거나, 영어 듣기평가가 실시되는 동안에는 전국에 있는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통제되는 등 수험생이 시험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기자는 2016학년도 수능을 쳤는데, 벌써 9년이나 지나 세세한 것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수험장에 들어가던 때와 시험이 끝나고 집에 온 뒤의 기억만은 선명하다. 수험장으로 들어가던 때 배웅해주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가슴 속 어딘가가 벅차오르며 눈물이 났다. 아마 시험에 대한 두려움과 끝이라는 후련함 같은 감정이 뒤섞였던 것 같다. 그렇게 눈물을 닦으며 교문을 들어섰을 때 같은 학교 친구들을 만났고, 그 친구들이 '지금 우는 거냐'며 놀려준 탓에 금방 정신을 차리고 오답 노트를 펼칠 수 있었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는 집으로 돌아와 치킨을 시켰다. 배달이 도착하기 전 수험표에 적어온 번호로 가채점을 시작했는데, 평소 봐오던 모의고사들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에 식음을 전폐하고 이불 속에 숨었더랬다.

수능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은 고생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놀러 다닐 것이다. 하지만 대학교 입학식 전까지 놀지 못하는 수험생들도 있는데, 바로 예체능 전공생들이다. 미술을 전공해 미술대학에 입학했던 기자 또한 '정시러'들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 시기를 떠올려보면 눈을 뜨고 있는 순간은 오로지 그림만 그렸다. 해가 뜨기 전 학원에 도착해 해가 지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학원을 나왔다. 코를 풀면 연필심의 흑연이 섞여 나와 회색 콧물이 나왔고, 지문 사이사이에 낀 물감 때는 빠질 틈이 없었다. 4시간짜리 모의 시험을 하루에 최소 3번은 치고 이 시험을 망치면 식사 시간도 반납한 채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죽기살기로 시험을 치고 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했던 기자는 지금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인생은 성적 순이 아니다' '수능이 인생을 결정짓지 않는다'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수능이 끝나고 이후의 9년 동안 살아오고 자라나며 깨달은 사실은, 수능과 대입을 준비하며 내가 들였던 '노력의 상한선'과 '노력했던 기억' 그리고 그 노력이 이뤄낸 '성공 경험'은 다른 기회가 찾아왔을 때 도전할 용기를 준다는 점이다.

수능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도 기죽을 필요 없다. 앞으로 다가올 기회도 많고 넘어야 할 산도 많으니. 그간 노력했을 수험생들에게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다.

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장윤아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