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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 서밋에 참석한 중국 대표단 모습. 연합뉴스 |
중국이 '반(反) 트럼프' 전선 구축에 나섰다. 일방주의·보호주의를 배격하고 경졔 세계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 동맹국들로부터 신뢰를 얻어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이하 현지시각)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서면 연설을 통해 "경제 세계화는 대세이며, 온갖 구실로 경제 협력을 차단하고 상호 의존성을 깨려는 시도는 역행"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에 중요한 공헌을 할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개방 정책을 도입해 세계에 문을 더 활짝 열고, 세계 경제 환경을 반영하는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 시스템을 촉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중국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등 특정 국가나 지도자를 지목하진 않았다. 다만,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이 취할 입장을 미리 엿볼 수 있는 대목이란 평가도 나온다. 미국 보호무역정책이 유럽,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을 자극하면 그 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가 기회를 엿볼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수입품에 보편관세 10∼20%를 매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선 무려 60% 고율 관세 부과와 우회로 차단을 예고했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 영향이 예상되며, 증시가 곤두박질치는 등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기후 변화 대응에 관한 언급도 트럼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여러 차례 '기후 변화'는 사기이며,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과학계, 산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이처럼 '트럼프 2기'에 관련해 각국이 걱정 중인 지점을 짚으면서 나름의 구애의 손짓을 보내는 셈이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내 시장 진입 확대와 중국 방문 외국인에 대한 일방적 비자 면제 조치 등 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해 중국이 최근 내놓은 일련의 조치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일방적 비자 면제 조치 대상국에는 한국도 포함됐는데, 이는 한미일 동맹에 대응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페루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중국 국민의 한국 방문을 위한 더 많은 편의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며 중국의 비자 면제와 유사한 조치를 사실상 요구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지막 정상회담에서 미중 관계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탐색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17∼21일에는 브라질을 국빈방문해 제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안이 중국이라는 주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 집권한 2016년에 비해 매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총자이안 싱가포르 국립대 정치학 교수는 "현재는 중국 정부 보조금과 이로 인한 과잉생산이 다른 나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널리 퍼져 있다"고 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중국과 주변국들의 남중국해 분쟁, 대만과의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지지 등 때문에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들로부터 신뢰를 얻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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