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0 시대 대구경북 업종별 기상도
섬유산업은 트럼프 2.0시대에서 가장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사진은 지난 3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4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에서 바이어들이 부스를 돌며 제품을 살펴보는 장면. <영남일보DB> |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이 내년 1월로 다가오면서 대구경북 경제계는 좌불안석이다. 고관세 모드·원산지 규제·보호무역주의 강화, 인플레이션감축법, 미중 무역갈등과 같은 변수가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보여, 위기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트럼프2.0시대가 도래하면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맞닥뜨린다는 점이 지역 업계에 큰 부담을 주는 모양새다. 전기차·반도체·2차전지 업계는 특히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나마 섬유, 방산과 로봇, 자율주행차업계는 이른바 '트럼프 포비아'에선 어느 정도 숨통을 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종별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찾지 못하면 트럼프 임기 4년내내 고전할 공산이 크다.
2차전지·반도체 '경고음'
美 보조금 축소 등 위축 불가피
유럽 등 다양한 대체시장 필요해
지난 10월 필립 골드버그(왼쪽) 주한미국대사와 유병옥(가운데) 포스코퓨처엠 사장이 경북 포항의 포스코퓨처엠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에서 음극재 제조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제공> |
지역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산업 업종에선 트럼프 재집권이 영 달갑지 않다. 당장 미국 진출기업 보조금 축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여파로 성장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트럼프 리스크'를 맞게 된 것이다. 대구가 추진하는 2차전지 소재 클러스터와 순환(리사이클링)파크, 포항의 국가첨단전략산업(2차전지) 특화단지 등을 중심으로 분위기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구의 한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는 전통적 에너지 산업을 중시하고,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유럽 등 다양한 대체시장 발굴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에 대한 미국의 인센티브 축소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모빌리티 모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구축을 역점 추진한 대구 업계도 고전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전기차를 '녹색 사기'라고 규정했다. 관련 보조금 정책 폐기, 내연기관 자동차로 회귀를 예고한 상태다. 글로벌 전기차 업계 대표주자인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 '정부효율부' 수장에 올랐지만, 전기차 대신 자율주행차와 로봇, 우주 산업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반도체 업계도 울상이다. '중국 디커플링' 기조 영향이 불가피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상당량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대중 수출 비중도 크다. 지난해 경북 반도체 수출은 대중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SK실트론, LG이노텍, 삼성SDI 등 대기업과 원익Q&C 등 소부장 기업이 대거 집적한 구미 반도체특화단지를 중심으로 한 경북지역 타격이 예상된다.
포항 철강금속업계 '먹구름'
美의 中 고관세 부과 최대변수
中 초저가 타국 유입땐 국내 타격
지난 10월 대구에서 열린 '2024 미래혁신기술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현대모비스의 차세대 전기차 '모비온'의 시연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대구시 제공> |
포항 철강업계는 보편관세 상향이나 쿼터 축소 등 상대 국가에 불리한 보호무역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중갈등 고조에 따른 중국 고관세 부과를 최대변수로 보고 있다. 미국행이 막힌 중국산 초저가 물량이 다른 국가로 유입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량이 많지 않아 추가 제재를 해도 직접적 영향은 적겠지만, 우회 수출 제재 범위를 철강 2차 제품(가공품)까지 확대할 경우 간접적 영향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철강재 사용 기피로 한국산 철강의 판매 확대 기회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중국 저가 철강재가 통상장벽이 낮은 한국과 동남아 등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커 예의주시해야 한다. 또 중국산 철강재를 수입해 만든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서도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철강재가 중국의 우회 수출로 낙인되지 않도록 원산지 기준변경 등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불가능성이 높은 트럼프 2기 체제를 앞두고 정부와 철강업계가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위기가 기회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정부와의 적극적인 협조 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역확장법 232조 쿼터제를 강화할 태세다. 이 경우 국내 철강사들의 수출량이 제한돼 직접 타격을 입는다.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심화로 인한 국내 철강업계의 간접피해도 예상된다.
한국에 대한 쿼터 강화 가능성도 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모든 수입 철강재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은 당시 추가 관세 대신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키로 합의했다. 이때 쿼터제로 탓에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에 이르던 국내 철강의 미국 수출량은 2021년 약 200만t으로 쪼그러든 바 있다.
대구 섬유 '기대감 솔솔'
"트럼프 당선, 수출에 긍정적 영향"
섬유·패션기업 30% 기대 갖기도
미국과 중국은 대구경북의 주요 섬유 수출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기조 변화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지역 섬유업계는 트럼프 2.0시대에는 원산지·물류·관세 리스크가 공존한다는 대원칙을 내세우며 어떻게 준비하냐에 따라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위구르 강제노동법' 대응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 관리 여부에 따라 선박 억류 리스크 또한 클 수 있어 원산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은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 및 제조된 모든 상품을 강제노동에 의한 것으로 간주,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는 법이다.
전국섬유산업연합회측은 "트럼프 당선 후 중국 견제가 심해져 공급망 관리가 까다로워 질 것"이라며 "특히 위구르 강제노동법이 수입 제재에 활용될 수 있어 우리 원산지 관리 중요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국내산 원사에 대한 선호도와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구정책연구원이 '대구산' 인증제도 등 원산지 관리를 섬유산업 르네상스의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구 섬유기업에겐 대미 수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제품의 관세율 인상은 대구경북 섬유기업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실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미국 대선 결과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설문에서 섬유·패션기업의 30.3%는 트럼프 당선이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규제로 인해 대구산 등 국내 섬유제품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고, 국산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 가능성도 점쳤다.
구미 방산 '수출 화창'
세계 분쟁 위험강도 고조 상황
美 고립주의정책→방위비 증액
구미를 중심으로 탄탄한 인프라를 갖고 있는 방산 산업은 트럼프 2.0시대의 수혜업종으로 손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중동 등 세계 분쟁 위험강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의 고립주의 정책은 각국이 자체 방위비 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납품 속도가 빠르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한국 방산업체들에게 기회의 장이 열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구미 지역 방산업계 관계자들도 최근 세계정세 및 자주국방 강화 탓에 방산 산업이 더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트럼프 재집권기에는 에너지산업 등 전통산업 확장이 기대된다는 분위기도 있다. 이에 포스코 등은 유정용 강관과 LNG 등 고급재 중심으로 제품 판매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윤정혜·박용기·전준혁·최시웅·이동현기자
윤정혜 기자
박용기 기자
전준혁 기자
최시웅 기자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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