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성욱현 작가의 첫번째 동화책
규칙과 규율 대신 장난의 공간
방과 후 초등학교서 벌어지는
6개 기묘한 상상 스토리 펼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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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6교시에 너를 기다려'에 실린 삽화. 그림 작가 모루토리는 겹눈의 시야와 산뜻한 그림체로 여섯 편의 이야기에 환상성과 재미를 불어 넣는다. 〈문학동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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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욱현 지음/모루토리 그림 /문학동네/112쪽/1만2천500원 |
"콱 교문이 막혀 버렸으면 좋겠어!"
새 학년 첫날. 새 친구를 사귀지 못한 지후. 학교에 가기 싫다고 생각한다. 다음 날도 교문을 지나야 한다는 사실이 싫다. 하교 중 교문 앞 작은 나무에 소리친다. 다음 날 나무는 학교 건물보다 커져 교문을 완전히 막는다. 이곳에 몰려온 사람들은 식물원으로 바꾸자니, 연구실로 만들자니 소리를 한다. 학교를 지키고 싶은 지후는 다시 나무에게 말한다. "어제 한 말은 취소할게. 다시 작아지면 안 될까?"
신간 '6교시에 너를 기다려'는 202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미싱'으로 당선된 성욱현 작가의 첫 책이다. 2021년 '현우의 동굴'로 한국일보 동화 부문에도 당선된 성 작가는 "종종 아이들이 모두 교실을 빠져나갈 때까지 늑장을 부리곤 했습니다. 빈 교실에 혼자 남아 있으면 왠지 나만을 위한 특별한 수업이 시작될 것 같았어요"라며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6교시의 모든 순간마다, 6교시가 끝난 다음에도. 귀를 대고 들어 보세요"라고 이번 책을 소개했다.
'6교시에 너를 기다려'는 초등학교 마지막 수업인 6교시 이후 학교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 여섯 편을 다룬 동화집이다. 6교시가 끝나면 학교는 낯설고 설레는 공간이 된다. 규칙과 규율의 공간보다는 뜻밖의 마주침과 새로운 장난의 공간으로 탄생한다. 내가 그린 낙서가 살아나 소동이 일기도 하고, 교문 가운데 소원 지팡이가 자라나 학교를 막고,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서 누군가는 칠판에 자기 이름을 적어 미지의 세계를 엿본다. 아이들은 비슷해 보이는 낙서들 속에서도 자신의 것을 알아볼 수 있다. 학교에 가고 싶은 이유와 가고 싶지 않은 이유도 또렷하다. 교문을 지나는 가장 멋진 방법은 오늘을 기대하며 소원을 비는 일이라는 것도,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자신에게 알맞은 소리를 찾아 나가는 법도, 자기를 주장하기 위해서만 내세우던 뿔을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이용하는 법도 이런 과정을 통해 알게 된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환상의 세계가 나타나다 슬그머니 현실의 시공간으로 다시 돌아오는 천연덕스러움이다. 마음이 부풀어 오르기도, 뻥 뚫리기도, 다정하기도, 서늘하기도, 독특하기도 한 여섯 편의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활공하듯 쭉쭉 뻗어 나간다. 벽을 보면 타 넘고 낙서하고 말 걸 수 있게끔, 아이들을 지지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야기다.
산뜻한 그림체도 마음을 매료시키는 요소다. 어린이책 일러스트를 처음 선보이는 그림 작가 모루토리는, 겹눈의 시야와 산뜻한 그림체로 여섯 편의 이야기에 환상성과 재미를 불어 넣는다. 그림이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텍스트와 나란히 호흡한다. 한컷 한컷 음미하고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꽉 찬 독서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이번 신간에 수록된 작품들은 2022년 대산창작기금을 수상했다. "어린이들이 머무르는 교실은 언제나 상상의 공간을 향해 개방돼 있으며 어린이는 커튼 뒤의 낙서와 같은 은밀한 탈주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다. 학교라는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다루는 입체적 시선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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