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 협상 가능성 낮아 野 단독 처리 전망도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은 친한계에 성패 달려
![]()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 여성 등에게 태아의 성별을 알려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원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정치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내년도 예산 협상안의 '데드라인'으로 설정된 것은 물론 여야의 주요 갈등 사안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도 처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본회의 결과에 따라 내년 초반 정국의 주도권 흐름까지 결정지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여야는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원식 국회의장은 전날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2일)을 넘기는 것을 감수하고도 여야 간 합의를 촉구하며 예산안 처리를 10일 본회의로 연기했다. 이로써 여야는 일주일 남짓한 시간을 확보하게 됐지만 여야의 입장 차이는 큰 만큼 실제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에 대해 '날치기'로 규정짓고 사과와 철회를 선행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단독으로 처리한 감액 예산안(대통령비서실·검찰·경찰·감사원 특수활동비)은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민주당은 예산안 합의가 불발될 경우 10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할 가능성도 내비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이른바 세번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정치권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재표결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192석을 보유한 범야권에선 국민의힘의 이탈표를 기대하고 있다. 총 8표가 필요한 가운데 두번째 특검법 재표결에서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왔던 만큼 여당에 설득과 여론전을 병행하는 모양새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여당 내 친한계에서 이탈표 조짐이 보이는 만큼 결과에 따라 여야 간 정치 지형 요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윤계에서는 특검에 대해 여전히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과정으로 보고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더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에 대해 "우린 자유 민주주의 정당이고 의견이 다양할 수 있다"면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을 모호함이라고 치부할 순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는 친윤계에서 특검법 재표결 때 이탈표 방지를 위해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명패와 빈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바로 넣는 '집단 기권'이 당 일각에서 아이디어로 거론되는 데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대표는 "그런 편법을 동원할 경우 국민이 크게 비판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채상병 순직 사건'의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도 1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전날 참여를 결정하면서 야권의 단독 시행이라는 파국은 피했지만, 국정조사 시행 이후 증인 및 자료 제출 등을 두고 충돌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한편 민주당은 단독으로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을 상대로 한 탄핵 추진은 헌정 사상 이번이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