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1209010001550

영남일보TV

'한강과 연세대 동문' 유성호문학평론가가 말하는 한강 소설의 '빛'과 '실'

2024-12-11
한강과 연세대 동문 유성호문학평론가가 말하는 한강 소설의 빛과 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은 뒤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과 연세대 동문 유성호문학평론가가 말하는 한강 소설의 빛과 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받은 노벨상 증서.<연합뉴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가 한강은 10일(현시시간) 스톡홀름의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그는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며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영남일보에 특별기고를 보내왔다. 유 교수는 소설가 한강과 인연이 깊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선후배 사이로 대학 시절부터 한강과 깊은 문학적 교감을 나눴다.

한강과 연세대 동문 유성호문학평론가가 말하는 한강 소설의 빛과 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현지 시간으로 6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최근 경험한 한국 사회의 커다란 충격 때문인지 기자들 질문이 그리로 향했고, 작가는 '언어'에는 그 어떤 것도 가로막을 수 없는 힘이 있다는 답변으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노벨상 공식 일정이 시작되었고 스톡홀름 시내는 관련 행사에 참여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작가는 노벨박물관을 방문하여 옥색 찻잔을 기증하였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소설을 이어가거나, 천변을 걷거나, 책상으로 돌아갈 때마다 한 잔씩 홍차를 마시거나 하는 일상의 루틴을 그대로 담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이튿날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이 있었다.


수상 강연은 '빛과 실'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작가는 최근 우연히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을 발견하였는데, 뒤쪽 표지에 '1979'라는 연도와 '한강'이라는 이름이 쓰였고 내지에는 여덟 편의 시가 연필로 쓰여 있었다고 하였다. 4월 어느 날짜가 적힌 시 한 편에는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라고 쓰여 있었는데, 40년 저편을 건너 '소녀 한강'의 언어가 우리에게 건너오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작가는 가슴과 가슴을 이어주는 금실이야말로 자신의 글쓰기를 은유하는 것임을 실감하였을 것이다. 그 아름다운 금실은 이후 그가 소설을 쓸 때마다 고통스러운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살게끔 해주었을 것이다.


강연에서 언급된 그 질문들이란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혹은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같은 양립 불가능한 아이러니를 한결같이 품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소설은 잔혹성과 존엄성, 고통과 아름다움, 이런 것들의 모순적 공존이 세상의 원리임을 증언하는 힘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우리를 이어주는 '실'이고 그것이 바로 '언어'임을 강조하였다. 생명의 '빛'이 흐르는 '실'에 고통스러운 질문들이 끊임없이 접속하는 글쓰기의 순간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시간을 소환한 것이다.


두 달 전, 스웨덴학술원은 한강의 소설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면서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말할 것도 없이 '역사'와 '시적 산문'은 양립하기 힘든 문학적 기율이다. 심지어 상호 충돌하는 것이기까지 하다. 그의 소설은 최대한 '시'에 근접하면서 한국의 현대사 경험을 아름다운 문장에 초대하였다. 그때 한강만의 특유의 예술성이 생성된 것이다. 그 안에는 산 자와 죽은 자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오고, 역사 현장과 그 너머의 소리가 동시에 울려오며, 잔혹성과 존엄성, 고통과 아름다움이 함께 담겨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묶으면서 동시에 넘어서는 힘이 '사랑'임을 작가는 말한다. 오래도록 가슴과 가슴을 이어준 '실'의 힘, 그것이 그의 소설을 가능하게 한 '빛'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폭력도 고통도 넘어서게 하는 '사랑'의 힘이야말로 한강 소설의 원형이자 궁극이었던 것이다.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기자 이미지

백승운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