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반성없이 작태 되풀이
반대세력 외려 폐족 몰이
尹 방탄 상궤 벗어난 행위
뺄셈 정치의 결과 불 보듯
보수재건은 자성·쇄신에서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상궤(常軌)를 벗어난 행위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여태껏 반성이나 사죄는 없다. 외려 책임 전가와 갈등만 부추긴다. 2007년 대선 참패 후 '폐족'이라 칭하며 국민 앞에 머리 숙였던 친노무현 세력과는 극명하게 다르다. 당시 친노들은 "용서를 구한다"며 사죄했고, 이는 민주당 재건의 발판이 됐으며, 오늘날까지도 그들은 정당으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여당의 자가당착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비상계엄의 위헌성은 인정하지만, 탄핵은 극렬 반대다. 특히 친윤계의 행태는 가관이다. "탄핵안이 기각되면 발의·표결한 국회의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식의 어이없는 주장을 내세우며 당내 주도권 다툼과 반대 세력 내치기에 혈안이다. 탄핵에 찬성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부역자' '쥐새끼'로 몰아세웠다. 자신들만의 논리에 갇혀 민심에 역주행하는 가속 페달을 밟는 셈이다. 친윤계의 드센 포화에, 책임을 감당하며 계엄해제와 탄핵소추에 찬성했던 의원들이 되레 폐족으로 몰렸다. 친한계는 사실상 멸문당한 것과 진배없다. 적반하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의 행태는 얄팍한 정치공학적 계산이다. 친윤계 중심의 단일 대오를 구축한 뒤, 대통령과 궤를 달리하던 보수 진영을 '반명(反이재명)'의 기치 아래 묶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보수진영의 유일한 교집합이 '반명'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속셈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4~5월로 예상되는 차기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2017년 대선에서 범보수(홍준표 24.03%, 안철수 21.41%, 유승민 6.76%)의 득표율이 문재인 대통령(41.08%)을 넘어선 점을 염두에 둔 것이리라. 내심 중도층 표심을 감안해도 범보수 후보 3명의 득표율을 합산하면 이길 수 있다는 셈법이다. 이들의 이런 정략적 계산에는 중요한 게 빠져 있다. 바로 민심이다. 2017년 대선 당시엔 박근혜 대통령부터 자숙, 침묵 모드에 들어간 점을 간과한 것이리라. 지금은 어떤가. 윤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며 완강하게 버틴다. 황당한 논리에 민심은 더 멀어진다. 과거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은 2007년 당시 몰락했던 친노보다도 더 처참한 위기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민심의 흐름을 거슬러 '윤 대통령의 탄핵 방탄'이라는 최악의 패착을 두고 있는 탓이다. 보수 재건을 위한 자성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한 줌 권력을 유지하려는 잔꾀를 부리다가는 더 큰 역풍을 맞게 된다. 이런 뺄셈 정치의 결과는 너무나 뻔하다. 강성 지지층에만 매달리는 소수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많은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자숙보다는 '도로 친윤당'에 집착하는 이들이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친윤계 단일 대오가 만들어 낸 폐허 위에서 보수가 과연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을지 도무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반성 없는 리더십은 새로운 비극을 낳는다. 더 늦기 전에 자성과 혁신에 나서야 한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그러나 더 이상의 자멸 행태를 멈추고 국민 앞에 진정으로 자성한다면 희망은 남아 있다. 보수의 재건은 자성과 쇄신에서 시작된다. 누가 폐족인가. 이제 스스로 답할 때다.
수석논설위원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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