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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 신춘문예로 이어진 '한강 열풍'

2024-12-26

[영남타워] 신춘문예로 이어진 한강 열풍
백승운 (콘텐츠·사회공헌 에디터)

출판계에 부는 '한강 열풍'이 신춘문예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한강 작가가 신춘문예로 등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열기가 여느 해보다 뜨거웠습니다. 어수선한 시국에 내심 반가운 일입니다.

영남일보에도 제2의 한강을 꿈꾸는 문청(文靑)들의 원고가 쏟아졌습니다. 지난 5일 마감한 영남일보 신춘문예에는 총 3천243편(시·단편소설)이 접수됐습니다. 역대 최다입니다. 지난해(2천513편)와 비교해 730편 늘었습니다. 부문별로는 시 3천5편, 단편소설 238편이 들어왔습니다. 시 부문은 중앙일간지 못지않은 편수입니다.

응모자의 이력과 사연도 다양했습니다. 교도소 장기수라고 밝힌 두 응모자의 원고는 '과연 문학이 무엇인지' 근원적인 고민을 하게 했습니다. 200자 원고지에 또박또박 자필로 쓴 원고를 보내 온 여든을 넘긴 응모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진솔한 언어와 문장들이 어느 응모작보다 애틋하고 따뜻했습니다. 문학의 열정은 생물학적 노화가 결코 가로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글의 완성도를 떠나 한 편 한 편이 귀해 보였습니다.

한강 작가가 데뷔한 서울신문 신춘문예도 20년 만에 가장 많은 응모작이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단편소설, 시, 시조, 동화, 희곡, 평론 등 6개 부문에서 모두 5천551편의 작품이 들어왔습니다. 지난해(3920편) 대비 무려 1천634편(30%)이나 늘어났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신춘문예를 개최하는 전국 대부분 신문사들도 지난해보다 많은 편수가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한강 열풍이 신춘문예로 이어진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날 것'을 쫓는 시대에 문학의 생태계가 다시 복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강 작가는 지난 7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 중 '언어의 존엄'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는 "글을 읽고 쓰며 보낸 시간을 돌이켜보면,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수없이 되새겼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문학을 "언어라는 실타래를 따라 다른 이의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 그 내면과 마주하는 일"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특히 그는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고, 이 행성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시점으로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런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닌다"고 했습니다.

기실 문학은 언어를 수단으로 합니다. 그것을 통해 깊이 사유하며 인간의 본연을 탐구합니다. 파편화된 잔해 속에서 정돈된 가치를 길어 올립니다. 언어들이 내재하고 있는 상징과 정서는 체화의 과정을 거치며 시대정신으로 귀결됩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잇고 서로를 소통하게 하는 것이 문학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신춘문예 응모자들의 숱한 언어가 귀해 보였던 까닭입니다. 그들의 언어 속에서 문학이 무엇인지, 언어의 존엄이 무엇인지 고민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영남일보는 최근 본심 심사를 마쳤습니다. 당선자에게는 이미 소식을 전했습니다. 당선작은 1월1일자 신년호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다른 신문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새해 첫날, 한국 문단은 한층 단단해질 것입니다. 문단에 새롭게 나오는 신인들이 새로운 세포가 되어 문학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밑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5년 그들이 펼쳐낼 '언어'가 기대됩니다. 덧붙여, 한강 열풍이 2025년에도 이어지길 바랍니다.

백승운 (콘텐츠·사회공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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