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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파벨만스(스티븐 스필버그 감독·2022·미국)…카메라로 본 인생, 그 아프고도 따뜻한 추억

2024-12-27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파벨만스(스티븐 스필버그 감독·2022·미국)…카메라로 본 인생, 그 아프고도 따뜻한 추억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파벨만스(스티븐 스필버그 감독·2022·미국)…카메라로 본 인생, 그 아프고도 따뜻한 추억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멋진 인생'(1946)은 스필버그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이 영화의 감독 프랭크 카프라는 말했다. 영화감독이란 '두 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라고.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 권력으로, 150분간 자신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어린 시절, 처음 영화를 봤을 때의 놀라움으로 시작해 영화계에 막 진출한 풋내기 청년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다.

여섯 살 새미가 처음 본 영화는 '지상 최대의 쇼'(1952)였다. 거대한 열차가 충돌하는 장면을 보며, 두려움과 매혹을 동시에 느낀다. 영화에 빠진 아이는 아버지의 카메라로 영상을 찍기 시작한다. 기술자인 아버지는 영화의 원리를 설명하는데, 피아니스트인 어머니는 '영화는 꿈'이라고 말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부모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자녀들을 사랑한다.

영화 속에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뒤 만들었을 만큼,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가족 캠핑 영상을 찍고 편집하던 중, 엄마와 아버지 친구와의 은밀한 시선과 접촉을 발견한다. 충격을 받은 새미는 이 부분을 잘라낸 채 가족들에게 보여준다. 후에 부모는 이혼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스필버그는 촬영 중 자주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집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것, 부모님과 똑같은 분장을 한 폴 다노와 미셸 윌리엄스를 보고서였다. 그는 이 영화를 '타임머신이자 기억 그 자체'라 했다.

엄마의 비밀을 안 후 다시는 카메라를 잡지 않으려 했지만, 우연히 학교 행사를 촬영한 뒤 새미는 일약 스타가 된다.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를 멋진 모습으로 찍은 것도 인상적이다. 친구는 자신이 영웅처럼 표현된 장면을 보고, 오히려 화를 낸다. 초라한 현실의 자신을 깨닫고 우는 장면은, 새미가 영화의 힘을 깨닫는 순간이다.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자 '사실이 아닌 진실'의 분야임을 알아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전설적인 감독 존 포드를 만나는 마지막 장면도 잊을 수 없다. 풋내기 영화 지망생이 진짜 영화계로 발을 들이는 순간이다.

깨어진 가정, 학교 폭력 등 그가 직접 겪은 삶의 아픔들, 그리고 영화를 향한 사랑과 열정으로 가득한 모습들이 슬프지만 아름다웠다. 고통스러운 추억이 많은데 왜 아름다울까. 존 윌리엄스의 음악, 야누스 카민스키의 촬영 등 오랜 기간 함께한 최고의 스텝들 솜씨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부모님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났지만, 영화를 향한 열정을 이해하고 격려해준 엄마를 사랑했다. 홀로 남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아버지도 사랑했다. 그는 이 영화를 부모님께 바쳤다. 차마 마주보기 힘든, 아픈 추억까지 모두 품에 안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토록 좋아하는 영화가 있어 고통의 시간을 잘 통과해냈을 것이다.

스필버그는 자신의 성장기가 담긴 진실한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살아있는 것이며, 인생 그 자체라는 걸 보여준다. 아픈 기억들을 비춘 카메라의 눈은 따뜻하고도 매혹적이다.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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