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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김밥천국 김천, 농심라면 구미, 대구 떡볶이…'입맛' 맞춘 콘텐츠로 대박

2025-01-07

[대구경북 르네상스] 늘어난 지역 축제…시민 관심도도 '쑥'

김밥천국 김천, 농심라면 구미, 대구 떡볶이…입맛 맞춘 콘텐츠로 대박
지난해 5월4~5일 대구 북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4 떡볶이 페스티벌'.〈영남일보 DB〉
김밥천국 김천, 농심라면 구미, 대구 떡볶이…입맛 맞춘 콘텐츠로 대박
지난해 11월1~3일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라면을 맛있게 먹으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영남일보 DB〉
지역 축제는 지역 문화육성을 위한 핵심정책 중 하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우수한 지역 축제를 지정·관리하며 지역 축제를 중요한 문화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지역 축제는 총 1천170개이다. 2014년 이전부터 추진된 축제가 707개이며, 2015년 이후 신규 축제는 463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신규 축제가 대거 등장했다. 2019년 884개이던 전국 축제 수는 5년 만에 286개나 폭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대구경북에서도 나타났다. 대구에선 2019년 25개이던 축제가 2024년 33개로 32% 늘었고, 같은기간 경북은 68→86개로 26.5%가량 증가했다.

◆기획력이 살린 TK축제 성공사례

김밥천국 김천, 농심라면 구미, 대구 떡볶이…입맛 맞춘 콘텐츠로 대박
김천 김밥축제 캐릭터 '꼬달이'
지역 축제가 늘면서 성공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젊은층과 이들의 소통공간인 SNS를 잘 연계한 것이 주효했다. 김천시의 경우 올해 처음 김밥축제를 선보여 대박을 터뜨렸다. '김천' 이미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김밥천국'이라는 분식 프랜차이즈를 꼽은 시민 의견을 적극 반영해 기획했다. 당초 목표치 2만명보다 5배 많은 10만명이 다녀갔다.

김천 김밥축제를 다녀온 직장인 안모(36)씨는 "평소 '김밥천국'을 김천으로 줄여 불렀다. 이를 축제로 연결하는 시도가 주효했다"며 "이번엔 첫 회여서 부족한 점도 보였지만, 보완하면 지역 축제에 대한 새 접근법을 만들어낸 사례가 될 것 같다"고 했다.

2022년 첫 개최된 구미 라면축제는 3년 만에 경북도청 선정 우수 축제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최대 규모의 농심 라면 공장이 구미에 있다는 점을 활용, 전국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구미역 바로 앞에서 행사를 진행, 많은 관광객이 편하게 축제를 즐겼다.

대구에선 북구청이 기획한 떡볶이 페스티벌이 인지도를 높였다. 온라인상에선 대구를 '떡볶이 성지'라 부르며 축제 기간이 아닐 때도 대구를 찾겠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지난해 4회째를 맞아 축제계 올림픽인 '피너클 어워드' 한국대회에서 금상을 거머쥐었다. 축제 콘텐츠로서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워킹맘 이모(33)씨는 "멀지 않은 곳에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축제가 많아진 것 같아 반갑다. 예전엔 축제가 인적이 드문 곳에서 낯선 주제를 다룬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요즘은 훨씬 친숙한 형태로 축제를 기획하는 것 같다. SNS를 통한 참신한 홍보도 눈에 띈다"고 했다.


낯선 주제 대신 친숙한 형태로 기획
젊은층 소통공간 SNS 연계도 주효
새로운 '지역축제 접근법' 흥행몰이

전시성·낭비성 부실축제 양산 지적
지역 정체성 발굴 '차별화' 목소리도



김밥천국 김천, 농심라면 구미, 대구 떡볶이…입맛 맞춘 콘텐츠로 대박
◆"지역 축제는 '눈먼 돈' 잔치"

평소 가족들과 지역 축제를 자주 찾는다는 고모(45·대구 북구)씨는 "축제가 많아진 건 환영할 만한 일인데 어떤 축제는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는 '그들만의 잔치' 같다. 세금을 들여 그런 축제를 양산해 '눈먼 돈'을 챙기는 특정 집단이 있는 건 아닌지 솔직히 의심된다. 부실 축제를 평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 축제는 늘고 있지만 시민들의 문화 향유의 질적 향상으로 연계하는데는 아쉬움이 많다. 지역 축제 진행에 필요한 시설물 구축 등 각종 경비를 두고 '전시성' '낭비성'이란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실제 지자체의 축제경비가 세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부실 축제를 양산하는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시는 2019년 지역 축제 진행을 위해 총 262억원을 지출했다. 전체 예산(8조9천919억원) 대비 0.29%다. 지난해엔 0.21%(11조3천억원 중 238억원)로 0.08%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북도 0.8%에서 0.66%로 지출 비중이 줄었다.

지역민 축제 참여율과 경제적 효과 지표를 보면 부실 축제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여가활동조사(문체부)에서 광역별 지역주민의 지역 축제 참가 경험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구시민의 지역 축제 참가율은 2019년 37.2%에서 2023년 35%로 2.2%포인트 줄었다. 경북의 경우 같은 기간 무려 12.5%포인트(44.3%→31.8%)나 폭락했다.

2023년 대구지역 축제의 외부 방문객 비율은 2019년에 대비 3.96%포인트 감소했다. 이들의 관광소비액도 26.39%포인트 뚝 떨어졌다. 경북은 외부 방문객 비율은 2.33%포인트 증가했지만, 소비액은 2.18%포인트 줄었다. 특히 전체 1인당 소비액이 47.95%로 반토막 났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소규모 축제가 다수 증가했지만 축제의 질적 향상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지역민이 외면하고, 외부 관광객조차 소비하지 않는 매력도 낮은 축제가 늘었다"며 "질적 개선과 재정 운영 효율화를 위한 정책 재정립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했다.

◆지역축제 통한 문화 보존·육성

지역 축제를 실제 기획·운영하는 이들은 '지역 축제 의미'에 대해 단순한 대시민 서비스 외에도 지역 문화콘텐츠 수준 함양 기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여긴다. 대구지역의 한 축제 관련 종사자는 "평소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문화 영역에 필요한 투자가 축제라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역 차원에서 보존 ·육성해야 할 문화가 있다. 축제는 이런 문화를 홍보하는 수단이다. 이렇게 판을 만들어줘야만 문화가 지속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성공한 축제'란 양적인 부분 외에 지역 문화의 전통·역사·예술 등이 담긴 일종의 철학을 담고 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은 "대표적으로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성공한 축제"라며 "최근 구미 라면축제, 북구 떡볶이축제 등은 일상 속 녹아있던 정체성을 발굴, 차별화를 시켜 성공했다. 대구 치맥페스티벌은 문화와 산업 영역을 적절히 연결해 스토리를 갖춘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 단계에서 철학이 배제되면 주객전도가 된다. 정체성이 약하니 축제끼리 중복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왜 만들어졌는지 또는 왜 이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선심성·억지성 축제가 양산되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지역 차원에서 전문 코디네이터 양성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오 실장은 "아이디어를 전문적으로 판단하고, 행정적으로 연결·발전시킬 수 있는 인력이 확보돼야 한다.그러면 지역 축제 데이터를 축적하고, 피드백이 가능한 구조를 구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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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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