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1229010004704

영남일보TV

[TALK&TALK] 김지영·김현규·안민열 대구 청년 연극인 3인3색 인터뷰 "대구 연극인들 타 극단 배타적 태도 줄이고 화합하는 게 중요"

2024-12-31

연극은 단순히 무대 위의 공연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아픔을 위로하는 목소리며, 다른 누군가에겐 즐거움의 예술이다. 어떤 이에겐 시대정신을 말하는 수단이 된다. 대구의 연극인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연말을 맞아 대구 연극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연극인 세 명을 만나 작품 세계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김지영 극단 만신 대표

연극은 아픔 위로하는 힘 있다 믿어
장애 이야기에 주목 배리어프리 연구
새로운 시도 실험적 작품 만들고 싶어


[TALK&TALK] 김지영·김현규·안민열 대구 청년 연극인 3인3색 인터뷰 대구 연극인들 타 극단 배타적 태도 줄이고 화합하는 게 중요
김지영 극단 만신 대표

"연극은 제 삶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관객과의 소통이에요.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무대에 올렸을 때 관객도 진심으로 공감하죠. '이거 내 이야기 같아'라는 반응이 나올 때, 목적을 이뤘다고 생각해요."

극단 만신 김지영(39) 대표에게 연극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힘이다. 자신의 삶에 기반한 이야기로 타인을 위로한다. 창단 당시 극단명을 '만신(萬神)'으로 지은 이유도 이와 같다. 사람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다가오는 위험을 경고하는 무당의 역할이 그의 연극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만신은 어떤 이야기를 할지 특히 집중한다. 메시지에 중점을 두며 이외의 요소는 특정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려 한다. 그중에서도 김 대표가 주목하는 이야기는 '장애'에 관한 것이다. 그는 2021년 전국 각지의 농인들이 모여 만든 극단 '고고고'와 함께 배리어프리 '고고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때의 기억이 좋게 남아 지금도 배리어프리 연극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연극은 무대 위에 올리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에요. 시각장애인은 무대를 보지 못하고, 청각장애인은 소리를 듣지 못하니까요. 2020년 제2회 실험극페스티벌에서 '안보야줌 프로젝트'로 대사 없이 몸짓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한 적이 있어요. 이런 방식처럼 하나의 감각 기관을 배제한 실험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내년 만신은 창단 8주년에 접어든다. 신생 극단과 기성 극단 사이의 중간 연차로 책임감이 느껴질 때다. 그는 어떤 선후배든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작품이든 극단이든 다른 스타일에 대해 배타적 태도를 취하지 말자고 많이 생각해요. 화합을 위해선 남들이 하는 연극에 대해 가치폄훼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느껴요." 그러면서 2025년은 '단원들이 중심이 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은 저 개인적으로 쉬는 시기가 될 텐데, 단원들이 스스로 극단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관객·관계자 모두 즐거운 무대 추구
지금 꼭 필요한 얘기란 확신들면 시작
대구연극제 넘어 해외무대 서는 게 꿈


[TALK&TALK] 김지영·김현규·안민열 대구 청년 연극인 3인3색 인터뷰 대구 연극인들 타 극단 배타적 태도 줄이고 화합하는 게 중요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관객의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이 먼저 즐거움을 느껴야 해요. 그 즐거움이 공연의 시작과 끝이죠." 극단 헛짓의 김현규(41) 대표는 헛짓의 정체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가 극단을 창단한 계기는 특이하지만 진솔하다. "연극을 한다고 하니 친척 어르신이 '그만하고 기술이나 배워라'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그 말에 반항심이 생겨 '헛짓'이라는 이름으로 극단을 만들었죠. 극단명이 헛짓이다 보니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요즘은 이름 덕을 보고 있는 중이에요(웃음)."

'혜영에게' '춘분' '반향'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선보인 김 대표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한편 '시의성'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품을 만들기 전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고. "이 이야기가 지금 꼭 필요한가? 세상에 내놓을 만한가? 나는 이 이야기를 진정으로 하고 싶나? 이 질문들에 대한 확신이 들 때 비로소 작품을 시작해요."

그중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는 단호하게 '혜영에게'를 꼽았다. 수년 전 떠난 애인의 편지를 기다리는 혜영을 보고 정우가 가짜 편지를 쓰는 이야기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하는 행동은 정말 그들을 위한 일일까'라는 질문을 던져요. 개인의 삶의 가치는 타인이 판단할 수 없다는 거죠. 주제의 따뜻함과 진실함으로 애착이 가요."

위 질문들을 통과해 현재 준비 중인 작업은 2025년 대구연극제에 출품할 작품이다. 권력에 반하는 사람들이 모여 집단을 형성했을 때, 그 집단에서 또 다른 권력이 생겨남을 시사한다. "앞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반향'에서 더 나아가는 연극이에요. 어떤 집단에서든 개인의 다양성을 잃는 일이 생길 수 있는데, 그 안에서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당장의 목표는 대구연극제 출품이지만, 대구를 넘어 전국적으로, 에든버러 연극제 같은 해외 무대에도 서는 게 꿈입니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안민열 연극저항집단 백치들 예술감독


시대정신 어떻게 무대 올릴지 고민
요즘 '권력' 소재로 한 작품 3편 준비
연극 '평화' 호평에 내년 작업 더 기대


[TALK&TALK] 김지영·김현규·안민열 대구 청년 연극인 3인3색 인터뷰 대구 연극인들 타 극단 배타적 태도 줄이고 화합하는 게 중요
안민열 백치들 예술감독

"백치들에게 연극은 시대정신을 풀어내는 수단이에요. 현시대의 이야기를 어떻게 무대에 올릴지 늘 고민하죠. 작품의 메시지가 백치들의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죠."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이하 백치들)의 안민열(38) 예술감독은 자신의 예술적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안 감독을 비롯한 백치들 단원들은 연극을 통해 사회적 담론을 생산하는 극단이다. 지역사회의 이야기는 물론, 외국인 노동자·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 등 그간 사회를 뒤덮고 있는 여러 문제를 다뤘다.

그 중에서도 안 감독에게 가장 의미있는 작품은 '니 애비의 볼레로'다. 니 애비의 볼레로는 제2회 윤대성희곡상을 수상한 극작가 김세한이 쓴 연극이다. 2016년 백치들이 이 작품을 공연하는 단체로 선정되면서 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저희가 연극할 가능성이 있는 집단이란 걸 증명해 준 작품이에요. 많은 관객이 좋아했고 대구를 비롯한 전국 각지 소극장 무대에 올렸습니다."

요즘 관심 갖는 담론은 '권력'이다. 이를 주제로 한 연극 세 편을 준비하고 있다. 일명 '권력 3부작'이다. △홍범도 장군이 활동하던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범도' △하나회의 수칙 '의리와 맹세를 저버리면 인간적 자격을 박탈한다'에 대한 충격이 모티프가 된 '인간적인' △실존 인물인 독일 군인 보이체크의 이야기를 담은 '보이체크'다. 그는 정치적인 연극이 아닌 정치적 소재를 다룬 연극이라 소개했다.

안 감독에게 2024년은 '갑작스러운 해'다. 이상명 백치들 부대표가 연출한 '평화'가 대한민국연극제 대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받는 호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 감독은 "평화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기성을 흉내내지 않았다는 평이 많았어요. 백치들다운 걸 솔직하게 드러낸 거죠. 이런 호평이 계속되다 보니 앞으로의 작업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며 "단원들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예술감독으로서 보장해주려 합니다"라고 전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