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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곳곳에 '도로 위 버스정류장'...아슬아슬한 버스 탑승

2025-01-06

대구 9개 구군청 중 남구청만 차도 위 버스정류장 현황 파악 중
일선 구군 "관련한 지침 없다" "민원 때문 어쩔 수 없다" 설명

대구 곳곳에 도로 위 버스정류장...아슬아슬한 버스 탑승
대구 북구 민들레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 탑승을 위해 차도로 걸어나가고 있다.
대구 곳곳에 도로 위 버스정류장...아슬아슬한 버스 탑승
대구 남구 앞산 보성타운 앞 버스정류장 모습.
대구 곳곳에 도로 위 버스정류장...아슬아슬한 버스 탑승
대구 북구 신성교 근처 버스정류장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린 한 시민이 갓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다.

6일 오후 1시30분쯤 대구 북구 민들레아파트 앞 도로. 차도 한 켠(길 가장자리 구역)에 버스정류장이 설치돼 있다. 이른바 '차도 위 정류장'이다. 정류장과 연계된 차도는 아파트 인근 검단산업단지를 수시로 오가는 대형 화물트럭들로 넘쳐났다. 차도로 내몰린 승객들은 트럭을 피하기 바빴다. 아찔한 상황이지만 차도와 정류장을 분리하는 경계석·펜스 등 안전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버스 정차 과정 역시 위험천만해 보였다. 가뜩이나 좁은 도로를 따라 진입한 버스가 보행자 혹은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과 1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췄다. 대구시 버스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곳에선 하루 평균 280명(2024년 11월 기준)의 주민이 버스를 이용한다. 주민 배임숙(64)씨는 "매일 여기서 버스를 타는데, 항상 서서 기다린다. 혹시 커다란 화물차가 들이닥치진 않을까 무서워서 최대한 멀찌감치 서 있다. 버스도 정류장에 바짝 붙어서 정차하기 때문에 매번 불안하다"고 했다.


이곳만이 아니다. 민들레아파트에서 불과 500m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갓길에 설치된 정류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남구 앞산 보성타운 앞 정류장은 왕복 2차로 차도 옆 50㎝ 너비 공간에 자리잡고 있다. 2022·2023년 대구지역 고령자 보행 교통사고 다발지역으로 지정된 북구 신성교 일대에도 신천대로 진입로 한 모퉁이에 정류장이 있어 안전사고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대구 곳곳에 설치된 '차도 위 버스정류장' 탓에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는 안전 예방은커녕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9개 구·군청 중 차도 위 정류장 현황을 파악 중인 곳은 남구청(2곳)뿐이다. 북구청은 2019년 당시 기준으로 30여곳 파악하고 있을 뿐 관리는 하지 않고 있다. 나머지 지자체는 잦은 담당자 변경,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적극 대처하지 않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불편 민원이 구체적으로 들어오거나 사건·사고가 나지 않은 이상 정류장 관련 민원에 행정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며 "한번은 버스정류장 위치를 두고 서로 다른 민원이 팽팽하게 대립된 적이 있다. 한쪽은 정류장 이동을 요청하고, 다른 쪽에선 이동을 결사반대하자 결국 탄력봉을 설치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했다.


버스 준공영제 시행 이후 별도 대책 없이 정류장 설치·관리 권한이 버스업체에서 구·군청으로 넘어간 것도 문제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현 제도상 버스정류장의 위치 선정 및 설치, 관리 등은 기초단체인 각 구·군청이 맡는다. 하지만 앞서 버스업체가 설치한 정류장이 위치상으로 문제가 있어도 구·군에서 이를 조치해야 한다는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도시 구조상 문제다. 인도가 아니면 정류장을 설치할 수 없다는 관련 법령이나 지침 또한 없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인도가 생기면 자연스레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계명대 홍정열 교수(교통공학과)는 "현장 상황 파악 없이 민원을 곧이곧대로 수용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현 체계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조차 불분명하다"며 "지역별 실정에 맞춘 정류장 설치 규정을 마련하고, 업무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차도에 설치된 정류장을 최소한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했다.
글·사진=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구경모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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