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작으로 옛 안동예식장 건물 벽 속에 봉인
성당과 공소 등에 남긴 성화가 아닌 전통혼례 모습
앙드레 부통 신부가 구 안동예식장에 남긴 벽화를 발굴하고 있다.<안동시 제공> |
경북 안동에서 프랑스 베네딕도회 '앙드레 부통' 신부(Andre Bouton E1914~1980)의 숨겨진 벽화가 발견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앙드레 부통 신부는 예루살렘 등 중동지역과 유럽 및 아프리카 등지의 성당이나 공소에 성화를 그려 선교활동을 펼쳐왔다. 196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안동교구를 중심으로 전국을 돌며 선교활동을 펼친 인물이다. 부통 신부가 한국에서 활동할 당시 주로 성화를 중심으로 성당과 공소에 벽화를 그렸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될 벽화는 과거 안동에서 예식장으로 활용됐던 건물로, 벽화 역시 성화가 아닌 한국 전통혼례의 모습이 담긴 민속화 성격이 강하다.
이번에 공개될 벽화는 과거 안동예식장 건물의 벽 속에 반세기 동안 봉인됐던 작품으로, 해당 건물이 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로 사용되던 중 올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도시재생지원센터 측은 과거 해당 건물의 벽 속에 보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지난 2023년 11월 벽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내시경으로 내부를 확인하고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숨겨진 벽화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후 벽화에 대한 발굴 및 보존 작업에 착수했고, 오는 8일 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1973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벽화는 과거 안동예식장을 운영했던 故류한상 전 안동문화원장이 예식장에 벽화그림을 선물로 받게 된 과정이 녹취록으로 남아있다. 또 부통 신부가 주로 그렸던 선교 목적의 성화가 아닌 민속화를 그린 점으로 미뤄, 높은 희소성과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동시와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벽화 개방 및 보존·활용을 위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학술연구를 통해 벽화의 예술적 가치와 부통 신부의 행적 등을 전방위적으로 연구해 경북도 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벽화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을 추진해 구도심 재생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부통 신부가 남긴 여러 작품의 미술적 가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재조명되고 있다. 정운홍기자 jwh@yeongnam.com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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