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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희의 세상풍경] 성장 절벽 시대에 살아가기

2025-01-20

올 경제 성장률 1%대 예상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 돌입
정부 대응 정책도 마땅찮아
불황엔 서민들 피해 더 커
허리띠 묶고 정신 다잡아야

[윤철희의 세상풍경] 성장 절벽 시대에 살아가기
수석논설위원

우리 경제 엔진이 식어간다. 대통령이 쏘아 올린 계엄·탄핵정국은 내수 부진의 경제를 더 옥죈다. 리더십 공백에다 역대급 세수 부족, 트럼프 리스크, 고환율 탓에 정부의 재정·통화정책도 사실상 손발이 묶였다. 올해 경제 성장률마저 1%대로 주저앉게 된다는 관측이다. 우리 사회에 저성장의 짙은 먹구름이 잔뜩 몰려온다.

정부는 올 성장률을 1.8%로 낮춰 잡았지만, 이마저도 불안하다.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이다. 통계를 작성한 1953년 이후 성장률 2%를 밑돈 건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첫해를 포함해 6차례뿐이었다. 해외의 시선도 냉엄하다. 글로벌 IB들은 우리 경제 상황을 더 어둡게 본다. 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세 불안이 가장 큰 이유다. 심지어 JP모건은 성장률 1.3%를 제시했다. 가히 충격적인 수치다. 그런데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2%대로 올렸다. 원화 가치 하락 탓이란다. 이렇게 되면 경기침체에도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늪에 빠져들 수도 있다. 쓰디쓴 계엄 청구서인 셈이다. 내년 성장률도 1%대로 예측된다. 2년 연속 1%대 성장률을 보인다면 이는 1953년 이후 처음이다.

답답한 것은 성장 동력이 떨어져도 당장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마땅히 없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건전재정을 강조하면서 돈줄을 세게 틀어쥐었다. 세금은 깎아주면서 돈은 안 풀었고,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계속된 대규모 세수 결손 탓에 나라 살림은 쪽박 차기 직전이다.

경제 성장은 대개 소득과 소비 확대로 이어진다. 성장률이 경제 체력인 셈이다. 저성장의 고착화는 위기를 낳는다. 당연히 쓰나미급 고통을 동반한다. 기업은 긴축, 즉 투자와 지출을 줄이고, 이는 경제 전반에 도미노 효과를 가져온다. 내수 부진과 고용 축소, 가계소득 감소라는 악순환 열차에 올라타게 된다. 이 연결 고리를 끊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불황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성장 절벽 시대엔 우리 삶의 전반이 달라진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가난한 근로자는 국가가 정체 상태일 때 비참해진다'고 설파했다. 저성장 쓰나미가 자영업자, 저소득 근로자를 비롯한 서민에게 먼저 휘몰아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의 선택지가 다양한 것도 아니다. 교과서의 대책은 구조개혁과 허리띠 졸라매기가 고작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반면교사이다. 당시 일본 서민은 지갑을 닫았고, 부동산 가치 급락으로 개인 파산은 늘어났으며, 기업은 임금 삭감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서민이 혹독한 피해를 봤다. 이른바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이라는 말이 나온 연유이다.

저성장의 덫은 시나브로 우리를 옭아맨다. 저성장 국면에선 파이가 커지지 않는다. 결국,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의 생존 경쟁이 불가피하다. 자영업자는 줄폐업 위기에 몰리고, 실업자는 쏟아질 것이다. 양극화는 더 확대, 갈등 사회의 고착화를 부른다. 그렇지만 화끈한 한 방, 쉬운 해결책은 없다. 그렇게 말하는 이는 무책임한 포퓰리스트일 뿐이다. 혹독한 빙하기에 접어들었건만, 못난 정치가 만들어 낸 혼란이 경제도, 민생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내핍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신묘한 방책(方策)이 있을 리 만무하다. 허리띠를 바짝 동여매고 정신을 다잡을 수밖에 없다.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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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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