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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가업승계' 이제는 기업승계로

2025-01-22

빈땅서 맨손으로 세운 기업
선진국 세대에겐 버거운 짐
후계자 없는 기업 활력 잃어
일본은 기업인 노령화 해법
'가업승계' 아닌 '기업승계'

[동대구로에서] 가업승계 이제는 기업승계로
홍석천 산업팀장

"현재 우리나라는 세 개 국가의 국민들이 살고 있어요. 70대 이상의 후진국 국민, 40~60대 중진국 국민, 30대 이하 선진국 국민들로 구성돼 있는 국가예요."

최근 만난 한 기업인 A씨에게 들은 말이다. 정치나 경제,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세대 갈등의 원인을 경제 성장 과정에 빗댄 것이다. 자신을 후진국 막내이자 중진국 맏형이라고 설명한 이 기업인은 30년 이상을 운영해 온 업체의 상황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거의 데칼코마니 상황이라 말했다. 빈손으로 사회에 나와 밑바닥부터 기술과 사업을 배워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왔지만 이제 선진국에서 살아온 자녀들과 회사 운영을 놓고 세대차이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는 "피땀 흘려 일궈놓은 기업을 남에게 맡긴다는 생각을 한번도 안했는 데, 전문직으로 일하는 아이들은 회사를 물려받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며 "회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며 하소연했다.

A씨처럼 국내 제조업에서 60세 이상 CEO 비중은 2012년 14.1%에서 2022년 33.5%로 두 배 이상 늘었다.

70~80년 고도 성장기에 기업을 설립해 키워온 국내 중소기업들의 세대교체 시기가 다가왔지만 창업자인 부모세대가 원하는 '가업승계'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자녀에게 가업승계를 하지 못하는 이유로 '자녀가 원하지 않기 때문에'(38.8%)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자녀에게 기업 경영이라는 부담을 주기 싫어'라는 답변도 27%에 달했다.

이처럼 가업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가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가업승계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향후 10년간 32만5천개의 기업이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실직자는 307만명에 달하며, 매출 손실은 무려 794조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기업승계가 주로 친족승계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당연히 A 사장처럼 후진국의 막내이자 중진국의 맏형 세대에게는 기업을 남에게 넘긴다는 것은 쉽게 용인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하지만 후계자 부재나 상속세 부담에 따른 승계 포기가 늘어나면서 기업승계(M&A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고령화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은 가업승계 활성화 관련 지원제도를 적극 추진하면서 정책금융기관, 금융기관 및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찍부터 가업승계신탁이나 중소기업 M&A중개·주선 서비스가 정착했고, 정책금융기관과 주요 은행 등이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대응체계가 작동했다.

실제로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일본은 M&A형 기업승계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 금융기관과 인수합병 등 다양한 가업승계 컨설팅 서비스가 새로운 신수종 사업으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조만간 도입 예정인 가업승계 지원 정책이 본격화되면 기업승계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에서도 단순한 가업승계에서 벗어나 '100년기업' 육성을 위한 M&A 관련 산업서비스의 육성이 필요해 보인다. 홍석천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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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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