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한푼이 아쉬운데 5일장 설 때마다 1천~3천원 거둬"
상인회 "십시일반 내기로 합의한 것…청소비 등으로 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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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대구 한 전통시장의 노점상(왼쪽)이 시장 상인회 측에 자릿세 1천~3천원을 내고, 영수증에 해당하는 종이를 건네받고 있다. |
25년 이상 이 시장을 찾고 있다는 한 노점상인은 "수금하러 다니는 상인회 사람이 돈을 내지 않으면 장사를 못 하게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내고 있다"고 했다.
A시장이 '자릿세' 갈등으로 요즘 소란스럽다. 장날마다 노점을 차리는 상인들은 시장 상인회의 자릿세 부과가 구시대적인 행태라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시장 상인회는 시장 운영비를 내는 상인회 회원과의 형평성을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시장의 운영·관리를 맡은 상인회는 시장 내 점포를 운영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매월 5천원의 회비를 받는다. 또, 5일장이 설 때마다 시장 안팎 노점상인들을 대상으로 자릿세 1천~3천원을 징수한다.
A시장 인근 버스정류장 옆에서 나물을 팔던 한 노점상인은 "(자릿세 1천~3천원이) 큰돈이 아니라고 볼 수 있겠지만, 하루 고작 몇만원 팔고 가는 처지에 한 푼이 아쉽다"며 "지난번에 한 사람이 돈을 못 내겠다고 해 소란이 있었던 적도 있다. 복잡한 일을 만들기 싫어 그냥 돈을 주고 만다"고 했다.
상인회 측은 수많은 시장 방문객을 소화하려면 상인회 회원은 물론 노점상인에게 시설 유지 등을 위한 필수 운영비를 걷을 수밖에 없단 입장이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에 따르면 A시장엔 시장 상인회 소속 점포 100곳이 운영되고 있다. 노점까지 합하면 150~200곳에 달한다. 평일 장엔 하루 평균 1천명, 주말은 1천500명 이상이 찾는다. 상인회에 확인 결과, 상인회 회원과 노점상인들에게 매달 거두는 돈은 약 80만원. '수금인' 수고비를 비롯해 화장실 물품 비용 및 수도요금, 전기요금, 청소용역비 등에 쓰인다.
A시장 상인회 측은 "도롯가에 주정차도 못하는 걸 장날엔 허용되도록 구청과 협의까지 했고, 어울림 극장과 아케이드 등 현대화 및 대중화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그간 쭉 노력했다. 이를 위해 상인들이 십시일반 운영비를 내기로 한 것"이라며 "노점상들도 동의를 한 상황에서 자릿세가 싫다면 이곳에서 장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장날에만 오는 노점상들이 혜택만 누리고, 각종 부대 비용은 상인회 회원들만 부담하는 게 오히려 불공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할 구청은 자릿세 징수 논란을 두고 눈치만 보는 실정이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조례에 근거해 상인회가 공중화장실 사용료 및 필요 경비를 징수할 수 있어서다. 다만 A시장 노점상 구역별 자릿세 징수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렸다. A시장 내부는 조례 대상 구역에 포함되지만, 외부 도롯가는 조례 대상 구역이 불분명한 '회색지대'라는 것.
구청 관계자는 "시장 운영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 자릿세 징수 등은 5일장 관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조례 자체를 손보지 않은 이상 구청이 개입하긴 어렵다"고 했다.
글·사진=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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