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127010003488

영남일보TV

[문화산책] 경로이탈

2025-02-04

[문화산책] 경로이탈
곽보라〈아트메이트 대표〉

예술가들에게 연말연시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분주한 시기다. 한 해를 정리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굵직한 예술 지원사업 공모가 이 시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맘때 기획서를 쓰고, 예산안을 짜며, 제출 서류를 준비하는 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 시기는 흔히 예술가들의 '씨 뿌리기'로 비유되기도 한다. 한 해 동안 자신들의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자원을 마련하는 시작점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러다 문득, 과연 이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부합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현재의 지원사업은 기획서의 서류상 완성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이는 예술가들이 창작 그 자체보다 단지 '지원사업 선정'에만 우선한 기획에 집중하게 만든다. 예술 창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와야 할 아이디어와 감성은 지원금 확보를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왜곡된다. 이러한 왜곡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지원사업의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대개의 지원사업은 지원금을 받은 이후 일정 기간 내에 구체적인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그나마도 지원금 쪼개주기 식의 선정은 처음의 기획대로 사업을 수행하는 일조차 어렵게 만든다. 단기적인 성과 중심의 제한된 창작 환경과 받은 지원금의 규모에 작품을 맞추는 부작용이 예술인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셈이다.

서류 중심의 제한된 심사 상황에서 '옥석'을 걸러내는 일은 심사위원의 몫이다. 지원사업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 사업 방향성에 적합한 심사위원 풀(Pool)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지역 예술지원사업에서 심사위원 풀은 공정성의 바탕 위에, 지역의 특성과 필요를 깊이 이해하는 인재로 채워야 한다. 지역 예술계의 현실과 맥락에 대한 심사위원의 이해가 선행될 때, 보다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심사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원사업 자체가 지역 예술 생태계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역할을 통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춘 심사위원 운영은 지원사업의 방향성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예술 지원사업은 단순히 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예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독려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최근 대구 문화예술기관 수장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지역 문화예술계에 변화가 예고되었다. 예술가들이 본래의 창작 방향을 잃지 않도록 지역의 현실과 필요를 반영한 올바른 방향으로의 변화를 이끌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변화의 씨앗이 올바른 방향으로 심어질 때, 그 열매는 모두에게 의미 있는 가치로 보답할 것이다.
곽보라〈아트메이트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