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130010003611

영남일보TV

[Y르포] 대구 시지 '수학교육 걱정 없는 마을' 가보니…학생이 선생님 "친구들 가르쳐요"

2025-01-30

시민단체 '사걱세'에서 운영하는 동아리
"교사처럼 설명하며 푼 문제 절대 안 잊혀"
배우는 학생도 실력 늘고 학부모도 만족
입소문 나면서 대구 북구, 군위서도 요청

[Y르포] 대구 시지 수학교육 걱정 없는 마을 가보니…학생이 선생님 친구들 가르쳐요
수학공부걱정없는마을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서진(12) 양이 지난 23일 저녁, 대구 수성구 시지마을 공유공간 '톡톡'에서 칠판 앞에 서서 수학 문제 풀이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조윤화 수습기자 truehwa@yeongnam.com
[Y르포] 대구 시지 수학교육 걱정 없는 마을 가보니…학생이 선생님 친구들 가르쳐요
'수학공부걱정없는마을' 사업에 참여하는 초등학교 5~6학년 남학생들이 수학 풀이를 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있다. 조윤화 수습기자 truehwa@yeongnam.com

대구에서 학생들이 직접 수학 교사가 돼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색 교육 활동이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향상으로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까지 만족해하고 있어 지역 곳곳에 이른바 '행복 수학 교육'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오후 7시쯤 방문한 대구 수성구 시지동 복합문화공간인 '시지마을공동체 톡톡'.
이 곳에선 칠판과 책상을 사이에 두고 수학 동아리 활동인 '수학 공부 걱정 없는 마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날 칠판 앞에 선 건 고산초등 5학년 전서진(12)양. 전 양은 수학 교사로 변신해 친구들 앞에 서서 문제 풀이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전 양이 친구들 앞에서 발표한 내용은 '분수의 덧셈과 뺄셈'. 친구들은 전 양의 설명을 듣고 신중하게 문제 하나하나를 풀었다. 오답이 나와도 창피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격려의 함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전 양은 "친구들을 가르치면서 더 깊이 공부하게 되니까 학습 효과도 크다. 수학 교사처럼 설명한 문제 풀이는 절대 안 잊어버린다"며 "이 동아리 활동에 참여 후 처음으로 수학과목에서 100점을 맞았다"고 했다.

교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학부모로 구성된 마을 교사들이 이 수업에 같이 참여해 '동반자' 역할을 했다. 이들은 수업의 방향성만 짚어주며, 학생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했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 이른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생기지 않도록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수업을 참관한 학부모 임정민(44)씨는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기 쉽지 않았지만, 수업 시간 중 참관하는 '이끔이' 역할 수행을 위해 6개월간 교육 연수 과정을 거쳤다"며 "학생들이 틀리면 '계산 다시 해 줄 수 있나요'라고 질문할 뿐이다. 수학 용어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동시에 틀려도 지적받지 않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했다.

[Y르포] 대구 시지 수학교육 걱정 없는 마을 가보니…학생이 선생님 친구들 가르쳐요
수학공부걱정없는마을 사업에 참여 중인 학부모 정미향·임정민·김주완 씨. 이들은 '이끔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6개월간 사전 연수를 받았다. 조윤화 수습기자 truehwa@yeongnam.com

'수학 공부 걱정 없는 마을'은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의 주도로 마련된 수학 동아리 활동 사업이다. 사걱세는 생활 인프라 격차로 생긴 학생 간 학업 성취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2022년부터 지자체 및 사회적 협동조합 등과 협력해 이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이 활동 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대구 중구와 수성구, 충북 옥천, 경기 남양주 등 4곳이다. 대구는 중구 성내동과 수성구 시지동이 각각 지난해 1월과 7월부터 이 사업에 동참했다. 공동 육아를 통해 형성된 주민 네트워크와 공유 공간 등이 이미 구축돼,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특히 대구는 중구·수성구 뿐 아니라 북구(대현동)와 군위군(의흥면)에도 추가 개설될 예정이라 기대감이 높다.

이날 수성구 '톡톡'에서 만난 김서희(15·중2)양은 "선행학습 학원에 다니는 친구가 모르는 문제를 저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 막상 문제를 보니 동아리 활동을 통해 배운 내용이라 막힘 없이 설명해줬다"며 "여러 친구와 함께 내 것으로 체득한 공부법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서지현(15)양도 "수학을 공부하면서 직접 문제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이 경험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이 사업에 참여 중인 전국 학생들은 총 80여명. 초등 3학년부터 중3까지가 주를 이룬다. 주 2~3회씩 모여 수학 수업을 진행할 정도로 호응도가 높다. 최수일 사걱세 센터장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길러진 학생은 '수포자'가 되지 않는다"며 "대구에서 '수학 공부 걱정 없는 마을'에 대한 좋은 소문이 났는지, 북구 대현동과 군위군 의흥면에서 참여 의사를 밝혀 현재 마을 교사를 양성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걱세가 작년 상반기 전국 참여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생 39명 중 37명(94.8%)이 '수학 공부 걱정 없는 마을'이 학업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사교육을 받던 학생은 12명→ 7명으로 줄고, 기초 학력 미도달 학생도 8명→4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영민기자 ymptark@yeongnam.com 조윤화수습기자 truehwa@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박영민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