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204010000412

영남일보TV

[Y르포] '매서운 강추위' 뚫고 아침 일찍 무료급식소 찾은 어르신들…"급식 사라지면 안 돼요"

2025-02-04

오전 11시 달서구 두류공원 '사랑해밥차' 무료 떡국 나눔
체감온도 영하 11.2℃에도 '400m 줄' 인파 몰려
대구 남구 희망의집에도 대체급식 받으려 난로 앞 옹기종기
급식 받던 어르신들 "불경기 여파로 급식 사라질까 걱정"

[Y르포] 매서운 강추위 뚫고 아침 일찍 무료급식소 찾은 어르신들…급식 사라지면 안 돼요
전국 대부분 영하권의 날씨를 보인 4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사랑해 밥차' 무료 급식소를 찾은 한 어르신이 식사를 하고 있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5일과 6일 영하권 한파가 절정을 보이겠으며 노약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한랭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고 예보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Y르포] 매서운 강추위 뚫고 아침 일찍 무료급식소 찾은 어르신들…급식 사라지면 안 돼요
전국 대부분 영하권의 날씨를 보인 4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사랑해 밥차' 무료 급식소를 찾은 한 어르신들이 배식을 받고 있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5일과 6일 영하권 한파가 절정을 보이겠으며 노약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한랭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고 예보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Y르포] 매서운 강추위 뚫고 아침 일찍 무료급식소 찾은 어르신들…급식 사라지면 안 돼요
4일 오전 11시 대구 남구 이천동 '희망의 집'에선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어르신들이 난로 앞에 모여 추위를 피하고 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칼바람을 동반한 '한파'가 몰아친 4일 오전 11시쯤 대구 두류공원 일대. 체감온도는 무려 -11.2℃였다. 손이 얼얼할 정도로 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이 곳에는 '사랑해 밥차'의 야외 무료급식이 있는 날이다. 급식을 기다리는 어르신들로 북적됐다. 배식 시작 전에 이미 400m가량의 긴 줄이 늘어섰다.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두꺼운 외투와 털모자, 귀마개, 목도리 등으로 중무장했다. 그래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줄을 서 있던 김모(73)씨는 "급식을 받으려고 오전 8시부터 기다렸다"며 "아무리 추워도 여기 오면 따뜻한 음식을 먹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찾는다. 딱히 갈 데도 없다"고 귀띔했다.

'2월 한파' 속에서도 대구지역 무료급식소에 어르신들의 발길이 쉴새없이 이어지고 있다. 극한 날씨에도 이들이 유일하게 찾는 곳이 무료급식소다. 이들은 행여 불경기 탓에 급식 운영이 중단될까 큰 걱정을 했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대구엔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아침 최저기온은 -7.1℃까지 떨어져 최근 3년 만에 가장 낮은 '2월 최저기온'으로 기록됐다.

이날 사랑해 밥차는 '떡국'을 준비했다. 매서운 날씨를 감안, 사람이 덜 찾을 것으로 보고 평소 분량(1천인분)보다 적은 600인분을 준비했다. 하지만 1시간 20여분만에 동났다. 예상인원보다 더 많이 찾아온 것.

60대 어르신은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공짜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어 매주 버스를 타고 무료급식소를 찾는다"며 "너무 추워서 난로라도 좀 쬘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시각 방문한 남구 '희망의 집'에서도 무료급식을 받으러 온 어르신들이 가득했다. 이들은 비닐 천막 안 난로 앞에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본인 본호가 불리자 부리나케 달려갔다. 이들은 라면·김 등 가공식품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받았다.

오형자 희망의 집 소장은 "강추위 탓에 자원봉사자가 부족해 오늘은 급식 대신 선물로 대체급식을 했다"며 "급식을 하면 보통 300여명이 찾는데, 시설 수용인원이 70명 뿐이어서 어르신들이 야외에서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길다. 오늘 같은 추운 날씨엔 대체급식이 어르신들에게 더 낫다"고 했다.

환경 공무직으로 일하는 김모(여·83)씨는 "신천 일대에서 오전에 일하고 귀가길에 항상 무료급식소를 간다. 봉사자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선물로 대체되는데, 우리에겐 이런 선물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불경기 여파로 무료급식소가 사라질 수도 있다며 많이 걱정했다.휠체어를 탄 아내와 함께 온 박모(72)씨는 "날씨가 추워 웬만하면 집에만 있는데, 유일하게 가는 곳이 무료급식소"라며 "경기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는데,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을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무료급식 후원이 점차 줄고 있다. 운영진들은 노인 인구 증가로 무료급식을 찾는 사람은 해마다 늘고 있어 고심이 깊다. 최영진 사랑해밥차 대표는 "찾는 이들은 해마다 늘고 물가도 상승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기 후원이 30%가량 줄어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며 "그래도 밥 한 끼의 소중함을 알기에 가능하면 운영을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무료급식소 운영이 지속되려면 지자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강상훈 대구보건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무료급식소는 취약계층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사회 안전망이다. 무료급식소의 운영을 개인의 선의에만 의존하면 지속 가능성과 서비스 질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낸다"며 "지자체가 적극지원해 중장기적인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조윤화수습기자 truehwa@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박영민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