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흉선종
종양 커지면서 얼굴·목 붓고 두통·어지러움 동반되기도
전체 암발생 약 0.4% 차지…유전·면역체계 이상 가능성
흉부CT 진단…개흉술 완전 절제로 5년 생존율 약 90%
대구가톨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전윤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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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게티이미지뱅크〉 |
몸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건강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질병은 조용히 자라날 수 있다. 흉선종 역시 그렇다. 심장과 대동맥 앞에 위치한 흉선에서 발생하는 이 질환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호흡이 가빠지고, 목소리가 변하며, 이유 없이 피로가 계속된다면 단순한 컨디션 저하로 넘겨서는 안 된다. 흉선종은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한 질환 중 하나다. 정기 검진을 통한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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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선종이란
흉선은 가슴 중앙 종격동 앞쪽, 즉 심장과 대동맥 앞에 위치한 면역기관이다. 이 기관은 어린 시절 면역체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사춘기까지 성장한 후 점차 퇴화한다. 그러나 일부의 경우 흉선의 상피세포에서 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흉선종'이라고 한다. 흉선암과 달리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이다. 다른 장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낮은 특징을 가진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지 못할 경우 점차 크기가 커지면서 주변 장기와 조직을 침범할 수 있어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주로 40~70세 사이에서 발생한다.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연령층에서도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면역 체계와 관련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발병률
흉선의 악성 종양은 전체 암 중에서 드문 질환으로 분류된다. 2021년 우리나라에서 약 1천6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전체 암 발생의 약 0.4%를 차지하는 수치다. 인구 10만명당 연간 약 2명꼴로 발생하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특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인의 흉선종 발병률이 서양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발병률 증가는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조기 진단율 증가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원인
현재까지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가슴 부위에 대한 방사선 노출과의 관련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특정한 유전적 요인이나 면역체계의 이상이 흉선종 발생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암은 유전적 변이와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 발생하는데, 흉선종 역시 이러한 요소들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스트레스, 만성적인 염증 반응, 환경 오염, 면역 억제제 사용 등도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질환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증상
종양이 위치한 부위와 크기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먼저, 호흡기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종양이 점점 커지면서 폐와 기관지를 압박하면 환자는 호흡 곤란을 겪을 수 있으며, 원인 모를 기침이 지속되기도 한다. 이는 종양이 폐를 직접 침범하지 않더라도, 물리적으로 폐 기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신경계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종양이 주변 신경을 압박하면 가슴 부위에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성대 신경이 영향을 받으면 목소리가 쉬거나 약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삼킴 곤란이 동반될 경우 음식물을 삼키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흉선종이 커지면서 상대정맥을 압박하면 혈관 압박 증상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얼굴과 목이 부어오르고, 두통이나 어지러움이 동반될 수 있다. 상대정맥이 눌리면 혈류가 원활하게 순환되지 못해 이러한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흉선은 면역체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관이다. 따라서 흉선종 환자의 30~50%는 면역계 이상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중증 근무력증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이 질환은 근육이 쉽게 피로해지는 특징을 가지며, 복시(겹쳐 보임), 눈꺼풀 처짐, 삼킴 곤란, 전신 피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호흡 근육이 약해져 호흡 곤란까지 이어질 수 있어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진단과 치료
진단에는 흉부 CT가 가장 효과적이다. 필요에 따라 MRI를 활용해 종양이 주변 혈관이나 장기를 침범했는지 정밀 검사가 이뤄진다. 조기 진단이 치료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수적이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흉술(흉부를 절개하는 수술), 흉강경 수술(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최소침습 수술), 로봇 수술 등이 시행된다. 최근에는 로봇 수술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로봇 수술은 10배 이상 확대된 시야를 제공하고, 섬세한 조작이 가능해 좁은 공간에서도 정교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도 지난해부터 로봇 흉선절제술을 도입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완전히 절제를 받은 흉선종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약 90%에 달한다. 흉선암의 5년 생존율(약 47%)과 비교했을 때 훨씬 높은 수준이다.
◆예방과 관리
명확한 예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흉선종은 심장과 대동맥 등과 겹쳐 보이기 때문에 단순 X-ray만으로는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흉부 CT 검사가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자 관리법이다. 흉선종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성공률이 높은 질환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진단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더불어 흉선 건강에 관심을 갖고 면역력을 유지하는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휴식이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강승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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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