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211010001264

영남일보TV

[문화산책] 미술관 아카이브

2025-02-12

[문화산책] 미술관 아카이브
박정미〈대구미술관 수집연구팀 과장〉

미술관 아카이브는 미술관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존하는 핵심 공간이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조용한 기록의 공간이다. 미술관 아카이브에서 중요한 자료 중 하나는 지류(紙類) 기록물이다. 전시 관련 발행물, 작가의 작업 노트, 회화 작품의 스케치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지류 기록물은 습도, 온도, 빛, 공기 오염 등에 민감하여 적절한 보존 환경이 요구된다.

이상적인 보존 환경은 온도 18~22℃, 습도 50~55%로 유지하고, 직사광선은 종이의 화학적 구조를 변형시켜 색이 바래고 약해질 수 있으므로, UV차단 필터(300Lux 이하)를 활용한 조명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산성화를 방지하기 위해 보관 박스는 중성지 또는 무산성 종이로 제작된 것을 사용하고, 문서 사이에는 보호지를 끼워 직접적인 마찰을 방지해야 한다. 금속 클립이나 스테이플, 접착 테이프가 있다면 제거하여 마이러(Melinex) 보호 시트에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기 중 먼지 및 산성 가스를 제거하는 HEPA필터를 갖춘 공기 정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곰팡이와 해충 예방을 위해 주기적인 환기와 제습기 사용, 기록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천연 재료 기반의 방충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보존 조치를 통해 미술관 아카이브의 종이 기록물을 보다 안정적으로 장기 보존할 수 있다.

아카이브 전시는 기록물에 대한 공공의 이해를 높이는 좋은 기회이지만, 보존의 측면에서는 권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시해야 할 경우, 기간은 최대 3개월을 넘지 않아야 하며, 장기 전시가 필요할 때는 원본 대신 대체본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대구미술관 상설전 '대구 근대회화의 흐름'에서는 일부 아카이브 자료를 영인본으로 전시하고 있다. 영인본은 원본을 보호하면서도 전시 관람객들에게 학술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이다. 책을 펼쳐서 전시할 때에는 그 펼쳐진 페이지를 2개월에 한 번씩 바꾸고, 책 제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책등에 지지대 설치도 필요하다.

미술관 아카이브는 자료의 기록과 보관 공간 기능뿐만 아니라, 시간의 결을 품고 예술의 기억을 이어가는 서고(書庫)이다. 이곳에서 예술은 시대를 넘어 흐르는 이야기로 기록된다. 체계적인 보존과 활용을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는 예술의 기억을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미술관 아카이브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박정미〈대구미술관 수집연구팀 과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