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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희의 세상풍경] 이재명의 변신이 낯선 까닭은

2025-02-17

이재명 대표 과감한 우향우

중도 겨냥, 재판 리스크 탈피

진보서도 '낯설다'며 갸우뚱

언행 휙휙 바뀌어 신뢰 의문

법치 훼손 공감 얻기 힘들듯

[윤철희의 세상풍경] 이재명의 변신이 낯선 까닭은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파격적인 우향우 행보가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잘사니즘'이라는 실용 노선을 들고 대선행 열차에 올라탔다. 너무 급하게 열차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다 보니 궤도를 이탈하지 않을지 위태롭기까지 하다. 반발하는 집토끼를 뒤에 두고, 갑작스레 산토끼를 잡으러 나선 탓에 좌충우돌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신년 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선언한 뒤, 발 빠르게 변신에 나섰다. 자신의 고유 브랜드인 기본소득정책을 폐기하는 대신 보수의 단골 메뉴인 성장 담론에다 상속세 개편도 제시했다.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파격적인 시도다. 심지어 반도체 업계의 화두인 '화이트칼라의 이그젬프션(주 52시간 예외 적용)' 카드를 내밀었다가 집토끼의 반발로 황급히 주워 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보수의 어젠다마저 선점하는 이 대표의 과감한 우향우에 진보 진영에서도 '너무 낯설다'며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이 대표의 갑작스러운 변신의 배경엔 조기 대선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0.7%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이 대표로서는 중도층 표심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지지율 상승세를 업고 재판 리스크를 탈피하겠다는 조급증도, 예선 프리패스라는 자신감도 곁들였을 것이다. 여당의 대권 주자들이 '조기 대선은 비밀 연애'라며 강성 지지층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상황과는 천양지차다.

이 대표의 우클릭은 전형적인 선거철의 기본 공식을 따른다. '정치인의 변신은 무죄'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이 대표의 언행은 그 도를 넘어섰다는 게 중론이다. 그의 행적은 모순이 모순을 부르는 인지 부조화의 연속이다. "'존경하는 박근혜'라고 하니 진짜인 줄 알더라"고 했던 발언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외교 분야에서의 급가속 우회전엔 현기증이 난다. 그는 최근 한 해외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미·일 협력에 대해 "현재의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2022년 한·미·일 해상훈련 당시 "좌시할 수 없는 국방 참사이자 안보 자해"라고 발언했던 이와 같은 인물이라면 누가 믿을 것인가. 그의 흠결은 말이 거칠고 정책도 해명 없이 휙휙 바뀐다는 점이다. 거기다 경쟁자에 대한 보복은 가혹하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경쟁자였던 박용진 전 의원의 신세를 보면, 그가 최근 신년 회견에서 "정치 보복 단어조차 없어져야 한다"는 발언의 신뢰성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이렇게 보면 그의 우클릭이 화려한 변검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 역시 그가 자초한 셈이다. 보수진영이 '법의 지배'를 자신에겐 적용되지 않는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통치수단)'로 여기는 인물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금의 상황에선 화력이 센, 강한 지도자보다 경제 안보와 법치, 외교동맹이라는 세 가지 덕목을 고루 갖춘 리더가 더 요구된다. 그래야 심리적 내전 상황을 해결하고, 트럼프 스톰을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 대표가 법치와 책임 윤리를 도외시한 채 전향적인 우클릭만으로 국민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자기 부정의 덫을 극복하고 진정성 있는 변화에 나설지, 아니면 단순히 우클릭 코스프레에 그칠지, 그 길의 결정권은 오로지 그에게 있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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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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