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대구경북 폐업 주유소 130개소
폐업비용 감당 못해 장기휴업도 다수
'토양오염' 리스크로 부지 매각도 안돼
도심 속 흉물 전락, 뾰족한 해결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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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찾은 대구 달서구의 한 장기 휴업 주유소. 주유기와 유류탱크 등이 방치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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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찾은 대구 동구의 한 장기 휴업 주유소. 텅텅 비어 있다. |
같은 날 방문한 서구 평리동의 한 주유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 주유소는 지난해 3월부터 1년 가까이 휴업 상태다. 명목상으로는 휴업이지만,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사실상 폐업이나 다름 없었다.
대구경북에서 장기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폐·휴업을 하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수 억원에 이르는 폐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되는 주유소도 적잖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8일 한국석유관리원 등에 확인 결과, 최근 5년간(2019~2023년) 대구경북에서 폐업한 주유소는 총 130곳(대구 51/경북 79)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경북 전체 주유소(1천539개소)의 약 8%에 달한다.
주유소 폐업이 속출하는 요인 중에선 정부의 수송에너지 정책 전환이 첫 손에 꼽힌다. 보조금 등 재정지원을 통해 전기·수소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반대급부로 주유소 등 석유판매업이 타격을 받은 것. 유가 급등과 장기 불황도 업계 경영환경을 어렵게 만든 요소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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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윤아기자 |
폐업하기도 마땅치 않다. 폐업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만 수 억 원대에 달해서다. 주유소가 정식으로 폐업하려면 △유류저장 지하탱크 철거 △건축물 철거 △도로점용 원상 복구 △토양오염 정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비용만 최소 1억5천만원이고 많게는 3억원 이상 든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달서구의 한 휴업 주유소 사장 A(60)씨는 "당장 영업 이익이 나지 않아 폐업하고 싶은데, 시설을 철거할 목돈이 없어 1년째 휴업 중"이라며 "휴업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폐업 비용을 모으지 못해 이달 중 휴업 기간을 1년 더 연장하려고 한다"고 했다.
주유소 부지를 매각해 철거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부지 토양오염 정도에 따라 정화 비용이 큰 폭으로 달라져서다. 서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주유소 부지는 '토양오염' 리스크를 안고 있어 토지를 매입하는 입장에선 부담스럽다"며 "대형 건설사가 아닌 이상 주유소 부지를 매입하려는 사람은 드물다. 서대구로 일대에서 1년째 휴업 중인 주유소도 위치만 보면, 진작 팔리고도 남았을 자리"라고 했다.
장기 휴업 주유소들이 '도심 속 폐허'로 방치되면서 화재 등 안전 문제가 우려되지만, 지자체들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주유소가 장기간 영업하지 않으면 시설물을 철거하고 토양을 정화해야 한다는 수준의 '권고'는 가능하지만, 주유소 시설과 부지가 모두 사유재산인 만큼 그 이상의 제재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구경모 수습기자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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