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특성상 주민 개인별 사정 훤히 꿰고 있어
“임명때 범죄경력·정신건강 이상유무 확인 필요”

구미경찰서 전경
경북 구미시 무을면의 한 마을에서 70대 남성 이장 A씨가 90대 여성 B씨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됐다.
지난해 청송에선 70대 마을 이장이 70대 주민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영천에서도 60대 마을 이장이 장애가 있는 마을 주민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최근 경북 일대에서 공교롭게도 마을 통·이장들이 각종 성범죄에 연루되자, 앞으로 이들의 임명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이장을 임명할때, 범죄 이력자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제외하는 등 자격기준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것.
이 같은 목소리는 구미지역에서 특히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구미시 통·이장 및 반장 임명 등에 관한 규칙을 보면, 통·이장은 해당 마을에 2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거나, 사업자등록증 소재지가 2년 이상 해당 마을에 있고, 지방세 체납 등이 없어야 한다.
임명때 확인하는 서류는 지방세 납부증명서와 자격 및 주요 경력 증빙 뿐이다. 이는 전국이 비슷한 상황이다.
통·이장은 읍·면·동장의 업무 일부를 도와 지역민 의견 수렴, 주민 간 화합과 이해 조정, 복지사각지대 발굴 등 주민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일을 맡는다. 이러한 업무 특성상 대부분의 마을 통·이장들은 주민들의 개인별 사정을 훤히 꿰고 있다. 이를 악용해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성범죄, 폭력, 사기 등의 범죄 전과와 정신건강 이상유무 정도는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시민은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하는 통·이장 임명시 당연히 범죄경력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일부 마을은 10년씩 통·이장을 계속하는 사람도 있다. 마을에서 웬만해선 통·이장 말을 거스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통·이장의 범죄 전과를 강제로 확인할 방법은 없으며 임명 자격조건에 이를 넣을 수 있는지는 확인하고 있다"며 “통·이장에 대한 의무 성교육 추진 등 개선책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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