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서관에서 수도권 취업 준비하는 청년들
작년에만 20대 6천277명 지역 이동…세대 중 압도적 수치
"기업 분위기도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환경 아니야"
전문가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 인식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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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4층 열람실에서 청년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truehwa@yeongnam.com |
#1. 24일 오전 찾은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이 곳에서 만난 이모(32)씨는 벽돌처럼 두꺼운 문제집을 풀며 열공중이었다. 전기기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중이다. 몇 해 전만해도 대구의 한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직장 분위기와 임금수준이 맞지 않아 결국 퇴사했다. 현재는 다시 취업준비생 신세가 됐다. 수도권 기업 재취업이 목표다.
이씨는 "대구권 업체와 수도권 등 타지역 업체 간 연봉과 복지 차이가 크다. 수도권과 비교해보면 500만~1천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특히 수도권은 기본급 외에도 야근 수당, 교통비, 주거 지원이 포함되는데 대구는 기본수당외에 추가 혜택이 거의 없다"며 "대구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급여 차이가 크지 않아 정규직으로 취업해야 할 이유를 못 느낀다"고 했다. 기업 분위기도 취업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씨는 "기업 분위기도 대구와 수도권 간 사정이 다르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환경을 갖춘 곳이 대구엔 많지 않다. 대체로 수동적이고 강압적인 조직이 많아 능동적 사고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했다.
#2. 경북대 간호학과 학생 A(여·26)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대구에서 일하고 싶어도 의료관련 일자리가 별로 없고, 업무 조건이 좋은 곳도 전무하다고 여긴다. 지금은 타 지역 취업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A씨는 "우선 수도권 취업을 목표로 하고, 차선책으로 타 도시 상황을 살펴보며 여러 곳에 면접을 보고 있다"며 "작년 한 해 지역 병원 쪽 취업 시장을 노크했지만 연봉·복지 수준이 괜찮은 일자리가 없었다"고 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대구지역 청년층의 타지역으로의 인구 유출이 심화하고 있다. 대다수 청년이 열악한 연봉 및 복지 수준 등을 이유로 대구를 등지는 상황이다. 도시 규모에 비해 부족한 일자리도 청년인구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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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은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대구 근로자의 2023년 평균 연봉은 3천723만원이다. 지역별로는 울산 4천960만원, 서울 4천797만원, 대전 4천216만원, 인천 4천11만원, 광주 3천806만원, 부산 3천737만원 등의 순으로 대구의 급여액이 가장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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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청년층 유출 문제를 기업 책임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지자체가 국영기업 유치와 문화 인프라 확충에 나서는 등 지역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 수도권 취업을 선호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인 서울'이 더 좋은 선택이라는 인식을 주입받은 영향도 크다. 사회적 평판을 고려해 지역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고 부연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조윤화수습기자 truehw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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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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