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마라톤 ‘시그니처’ 업힐 코스에 참가자들 “힘들어”…실전 팁 공유도
“대구마라톤 보니 대구 민심도 살아있어”…코스 이색적이라는 평가도 나와
“2월 춥지만 3월엔 다른 마라톤 일정 겹쳐” “티셔츠 디자인 개선했으면” 반응도
지난 23일 대구를 뜨겁게 달군 2025 대구마라톤이 막을 내렸다. 올해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4만여명의 참가자가 몰리며 성황을 이뤘고, 대회 전후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 대구마라톤의 '시그니처' 업힐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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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구마라톤대회 풀코스 고저도&경사 분석 <홈페이지 캡처>
대구마라톤의 '시그니처'는 유독 가파른 '업힐 코스'다. 실제로 풀코스를 기준으로 보면 7~8㎞ 구간에서 경사도가 +7.0%로 가장 가파른 오르막이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마라톤에서 3~4%만 돼도 난이도가 높다고 평가되는데, 7%는 체감난도가 상당히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 막바지인 37㎞부터 피니시라인까지는 지속적인 오르막이 이어졌다. 특히 40㎞ 지점에선 경사도가 2.7%까지 상승하면서 마지막 스퍼트를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내리막인 '다운힐' 구간도 참가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줬다. 특히나 코스 종반부인 28.5~29㎞ 지점은 경사도가 -4.9%, 29.5~30㎞ 지점은 -3.5% 였는데, 내리막은 오르막만큼이나 신체에 부담을 줄 수 있어 후반부 체력 소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러닝을 좋아해 대구마라톤 10㎞ 코스에 참여하기 위해 강원도에서 찾았다는 우모(34)씨는 “업힐 구간이 다른 대회보다 많았다"며 “그런 탓인지 직전에 참가한 다른 마라톤 대회보다 기록이 3분 정도 늦춰졌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반응이 쏟아졌다. 10㎞ 코스에 참여했다는 한 참가자는 “처음 3㎞까지는 할 만했는데 업힐이 나와서 1차 고비가 왔고, 7㎞ 지점 업힐에선 눈물날 뻔 했다"고 했다. “풀코스 39㎞ 지점부터 시작되는 본격 업힐은 정말 최고의 난도가 아닐까 싶다. 체력이 소진되는 시점"이라며 “대구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려면 업힐 연습을 상당히 해야 할 듯 하다"는 소감도 나왔다.
'실전 팁' 공유도 있었다. 한 블로거는 “대구마라톤 후반 코스가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니 초반에 기록을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가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달리기 좋았다" “경사는 아쉽지만 도전정신이 생기게 한다" “최고의 코스에 운영까지 좋으니 내년에도 무조건 뛰겠다" 등 반응도 이어졌다.
◆ 마라톤 운영에 호평…시민의식 칭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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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대구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유니버시아드로를 역주하고 있다. 이현덕 기자
이번 대회에서 대구 시민들의 따뜻한 응원은 참가자들에게 큰 힘이 됐다.
마라톤 대회 직후 러닝 애호가들이 주로 접속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대구마라톤이 역대급 운영이 이뤄졌고, 대구 민심도 살아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참가자는 댓글로 “그러고 보니 주로 건너편 차량이 그렇게 많았는데 경적소리 한 번을 못 들었다"며 “정체돼서 많이들 불편하셨을 텐데 감사함을 느낀다. 아주머니들의 응원과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초등학생 남자아이에게도 너무 감동이었다"고 전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다른 것보다 시민들 협조가 가장 의미가 크다", “반대편 정체 차량에서 창문 열고 '화이팅'이라고 하니까, 옆에서 뛰던 주자가 '여기는 욕 안 하네'라고 하더라", “대구시민 의식 부럽더라", “많은 시민들의 응원을 받으면 뛰는 기분은 어떨까. 정말 기회만 된다면 꼭 참가해 보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코스가 이색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대체로 주로도 넓고 쾌적했고, 도심지 광경을 온몸으로 느끼며 레이스하니 참 기분 좋았다. 3호선도 실제 운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이색적이었다"고 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유니폼은 내년엔 개선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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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구마라톤대회 참가 티셔츠 <독자제공>
대회에서 제공된 기념 티셔츠를 두고는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이번 대회에선 참가자들에게 'DAEGU MARATHON'이라고 쓰인 빨간색 반팔 티셔츠와 흰색 쿨토시를 나눠줬다.
김모(32)씨는 “여러 마라톤 대회를 참가해봤는데,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티셔츠가 제공되면 실제로 그 옷을 입고 레이스를 뛰기도 한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대구 대회는 조금 아쉽다"고 했다. 한 참가자는 SNS상에 자신이 받은 기념 티셔츠를 '인증'하고는 “티셔츠가 촌스럽고, 흰색 프린팅도 삐뚤게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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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대구마라톤대회가 열린 대구스타다움에 우비가 버려져 있다. <독자 제공>
체온 유지를 위해 참가자들이 레이스 시작 직전까지 착용했던 우비들이 길거리에 무질서하게 버려진 점도 지적됐다. 김씨는 “참가자들이 벗어던진 우비를 자원봉사자들이 수거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며 “다음 대회부터는 시민들이 스스로 더욱 신경 써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내년엔 3월에 대구마라톤대회를 열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오간다.
'끝물 추위'에 진행된 레이스인 탓에 “너무 춥다"는 반응이 이어지면서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부터는 대구마라톤을 3월 첫 주 일요일에 열도록 육상연맹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러닝인플루언서는 “올해 2월에 한 것도 최적의 날씨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걸로 안다"며 “그런데 3월로 가면 결국 서울에서 열리는 마라톤이냐, 대구마라톤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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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