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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골왜성의 본성 입구 석벽. 전형적인 일본식 산성으로 지금도 갈지(之) 자 형태의 성문과 성벽 일부가 거의 원형대로 남아 있으며 경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
동망산 정상부 '안골왜성' 원형 간직
성벽 오르면 웅동만 내해 한눈에 쫙
조선시대 군선 선착장 '굴강' 유적도
안골포는 '진해바다 70리길' 종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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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골왜성 본성 입구의 성벽에 오르면 웅동만 내해와 남동쪽 통영방면 수로가 조망된다. |
안골포 마을에서 이리저리 산 오르는 길을 찾는다. 저 산정에 왜군이 쌓은 성이 있다. 몇 군데 식당에 불이 켜져 있을 뿐 마을은 적막하다. 산이 코앞이지만 결국 마을에서 산을 오르는 공식적인 길은 없다고 판단된다. 길은 산 저편에 있다. 낡은 안내판과 함께. 산을 오르는 가파른 계단은 운치 있다. 번듯하나 주소가 보이지 않는 집과 누군가의 거처가 몇 동, 조막만한 밭과 버려진 지 오래돼 보이는 묵정밭을 지나 거목의 활엽수가 앞서 하늘을 열어주는 길이다. 마지막 계단을 밟고 동망산 정상부에 오르자마자 눈앞에 웅동만의 내해가 굵은 선으로 누워 있다가 이내 항아리모양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바로 왼편에 안골왜성의 본성 입구가 비스듬히 서 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남해안 전역은 전쟁터가 되었다. 일본군은 1592년 5월 이후 부산포 서쪽 해상에서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에 의해 여러 차례 참패했다. 7월8일 한산도 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조선 수군은 이후 왜선을 찾아 가덕도 방향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안골포에 정박해 있는 왜선을 확인한다. 7월10일, 이순신장군과 경상우수사 원균, 전라우수사 이억기가 이끄는 조선함대는 구키 요시타가와 가토 요시아키가 이끄는 일본 제2의 수군을 격파했다. 안골포 해전이다. 이후 일본군은 조선 수군의 항만 사용을 저지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항만 이용과 방어를 용이하게 하고 보급 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경남 남부 연안부의 항만에 성을 쌓았다. 선조 25년인 1592년부터 1593년 사이의 일이다. 안골왜성은 선조 26년인 1593년에 왜장 구키와 카토, 그리고 와키자카 야스하루 등이 약 5만 명을 동원해 쌓았다고 한다.
안골왜성은 둘레 594m, 높이 4~7m, 전체 면적은 6만3천577㎡이다. 전형적인 일본식 산성으로 지금도 갈지(之)자 형태의 성문과 성벽 일부가 거의 원형대로 남아 있다. 본성은 동남쪽과 서남쪽을 동시에 내다보고 제1외성은 동남쪽을, 제2외성과 제3외성은 서남쪽을 조망한다. 안골왜성은 동쪽의 부산 왜성으로부터 20㎞, 남쪽의 가덕 왜성과는 4㎞, 서북쪽 웅천 왜성과는 약 3.5㎞ 거리다. 이들 왜성은 서로 연계하여 가덕수로와 외해를 동시에 확보하는 위치에 축성되어 있다. 세 명의 왜장들은 안골왜성을 구축한 뒤 1년씩 교대로 수비했다고 한다.
안골왜성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안골포진성이 있었다. 안골포에는 조선 세조 8년인 1462년에 진이 설치되었는데 이후 남해안 연안 일대에 보루를 설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성종 21년인 1490년에 진성을 쌓았다. 안골포진성은 조선시대 해안 방어를 담당하였던 진성의 구조적인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임진왜란 때 함락되었고 안골왜성의 축성에 진성의 성돌이 쓰였다고 여겨진다. 현재 진성은 대부분 파괴되고 남벽 일부와 서벽의 기단 일부만 남아 있다는데, 길도 이정표도 찾을 수 없었다. 진성 터 남쪽이 육망산이다. 안골 반도의 끝단으로 욕망산이라고도 부른다. 헐벗은 산정에 굴착기가 보인다. 안골포의 바깥 바다는 매립되고 있는데 그 흙이 육망산이다.
◆안골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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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착장인 안골포굴강. 군선의 수리 및 보수, 군수 물자의 수송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군사시설로 경남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검은 천막집들은 굴막이다. 굴 까는 작업을 하는 비닐하우스를 굴막이라 하는데 20여 개의 굴막이 모여 촌을 이루고 있다. 굴막은 작업장이자 노점이고 천막식당이었다. 그래서 찬바람 부는 12월부터 안골포는 사람들로 왁자했다. 오늘 굴막은 모두 문을 걸어 잠근 채 깜깜하다. 철이 끝난 걸까. 어쩌면 영업이 금지된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굴막 설치는 공유수면 불법 점거다. 그래서 수년간 매해 고발돼 형사 처분되었지만 계속 영업해왔다고 한다. 굴막 뒤편에 굴 껍질이 산더미로 쌓여 있다. 왜성에서 보면 소금밭 같고 도로에서 보면 선사시대 패총 같다. 굴 껍데기를 쌓아 놓은 것 역시 불법 매립이다. 굴막들이 늘어서 있는 자리는 매립이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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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외성에서 본 웅동만과 안골포 마을. 안골왜성은 완벽에 가까운 요새였고 임진왜란 당시 일본 수군의 가장 중요한 근거지 중 하나였다. 아래 해안도로 옆 검은 띠가 굴막촌이다. |
■ 여행 Tip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방향으로 간다. 칠원분기점에서 10번 남해고속도로 부산, 북창원 방면으로 가다 진영분기점에서 부산방면, 진례분기점에서 105번 남해고속지선 부산항신항 방향으로 가다 진해IC로 나간다. 소사교차로에서 오른쪽 장유, 마천지방산업단지 방면으로 나가 소사교차로에서 우회전해 직진, 공단교차로에서 부산, 웅동2동 방면으로 좌회전해 직진, 송곡삼거리에서 안골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아파트단지 지나 길이 끝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직진, 회전교차로에서 9시 방향(용원동로)으로 나가 300m 정도 가면 오른쪽에 안골왜성 안내판이 있다. 주차공간은 넉넉하고, 잘 정비되어 있는 목재 계단을 5분 정도 오르면 안골왜성에 닿는다. 회전교차로에서 9시 방향(안골로)으로 가면 굴막이 늘어서 있는 해안도로다. 마지막 굴막 옆에 안골포 굴강이 위치한다. 굴강이 있는 바다 쪽 접근은 불가능하다. 2차로 도로에 인도가 없으니 조심해야 한다. 안골로를 따라 만 입구 쪽으로 조금 더 가면 길가에 안골포 표지석이 있고 조금 더 가면 안골포 항구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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