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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어둠과 별빛으로 세계적 명소가 된 곳이 있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의 영양밤하늘반딧불이공원이 2015년 국제밤하늘협회로부터 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국제밤하늘협회의 설립목적은 빛의 공해로부터 어둠을 보호하자는 것. 밤에 인공 빛이 너무 세면 야행성동물 생태에 해를 끼치고 철새가 방향을 잃는다. 세계에는 이런 밤하늘공원이 130개소가 있다. 그것보다 더 지정받기가 어려운 것이 '밤하늘성역'인데 지금까지 23개만 지정되었다.
스코틀랜드의 룸 섬은 작년에 밤하늘성역으로 지정받았다. 헤브리디스 제도의 한 섬인 이 섬은 인구가 40명. 경치가 스산한 국가자연보호구역이다. 전 세계의 큰흰배슴새 4분의 1이 이 섬에 둥지를 튼다. 밤하늘성역으로 지정받기 위해 섬 주민들이 적극 협조하였다. 밤하늘로 올라가는 빛을 없애고 가로등은 조도를 낮추고 필요할 때만 빛을 꼭 아래로만 보냈다. 천문학자들은 밤하늘의 밝기를 1~22 등급으로 나누는데, 2년간 그 섬의 지수는 21 이상이었으나 작년 말에는 21.9였다. 이 섬보다 더 어두운 곳은 없다는 뜻이다. 이 섬의 밤하늘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선 마을에서 이 섬을 가로질러 서해안의 영묘까지 10㎞쯤 걸어야 한다. 흐린 밤에는 자신의 손도 보이지 않는다. 맑은 밤에는 별과 유성이 바로 손에 닿을 듯하다. 은하수는 산 능선 위로 명주 천처럼 너울거린다. 금성, 토성, 목성이 일 열로 영묘 위를 스친다. 그런 장관이 없다. 사람들은 4차원 세계에 들어 있음을 느끼게 되고 우주 태고의 어둠과 교감하게 된다. 돌아올 때 달이 떠서 길을 밝히면 더할 나위 없다. 이제 이 섬은 태곳적 어둠과 별빛을 팔아 생계를 꾸리는 곳이 되었다.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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