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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공화국...與는 보수의 가치 재구성하고 野는 청년표심 기억을"

2025-03-09

[정치 부재의 시대, 한국형 정치철학을 묻다] <6 끝> 강우진 경북대 교수

위기에 빠진 공화국...與는 보수의 가치 재구성하고 野는 청년표심 기억을
강우진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큰 변곡점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민주주의는 과거 국정농단 위기를 헌정 체제 내에서 평화적인 방식으로 극복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도 잘 발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과 한국판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불리는 1·19 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인해 헌정 체제의 위기, 공화국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여당에겐 보수의 가치를 재구성할 것을, 야당에겐 지난 대선 때 왜 청년의 지지를 얻지 못했는지 기억할 것을 주문했다.

 

비상계엄·법원폭동…韓 민주주의 퇴행 확인

헌정체제 위기이자 공화국의 위기 직면한 것

TK여론 탄핵찬반 두고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
'당파주의자냐, 민주주의자냐' 깊이 고민해야

87체제 미비점 있지만 내각제 등도 문제 있어
韓, 리더 중심으로 민주주의 이해하는 경향 커
대통령중심제 틀서 4년 중임으로 가는 게 맞아
 


▶계엄사태 이후 탄핵정국을 어떻게 보나.
"여러 질문을 던지게 한다. 첫 번째는 이 위기의 성격,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전체 민주주의 체제의 위기인지, 부분 민주주의 체제의 위기인지를 봐야 한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권력을 바꾸는 체제이지만, 선거 체제가 민주주의의 전부는 아니다. 이번 위기는 이전의 위기와 성격이 달라서 적잖은 학자들이 민주주의 체제 자체의 위기라고 평가한다. 12·3 비상계엄으로 리더의 일탈에 의해 한국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또 1월19일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일부 극단화된 세력의 시대착오적인 일탈로만 치부하기 힘든, 상당히 중요한 퇴행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헌정 체제의 위기, 공화국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극단의 정치 성향이 도드라지고 있다.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 모두를 극우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많이 나오는 건 사실인데, 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광장에서 표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현상이고, 한국 민주주의의 혼란스러운 면도 없지 않지만 강점이기도 하다. 이들이 광장으로 나오는 것은 대의민주주의가 이들을 대표하지 못했고 기득권 정치, 기성의 정치가 대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광장에서 극단화된 방식으로 표출되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서부지법 폭동사태가 중요하다. 미국 의사당 난입 사태와 닮아 있다. 사회 저변에 존재하고 있던 극단화된 흐름이 여러 계기와 그룹을 통해 폭발한 사건인데, 정치·사회적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극단화된 포퓰리즘은 독일·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나타난다. 한국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는 게 상징적 의미가 있다."


▶청년층의 정치 성향이 갈리고 있다.
"탄핵 찬반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청년층을 모두 대표한다고 할 순 없다. 찬성 집회에는 상대적으로 여성이 더 많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이후 지난 10년간 한국사회의 남성과 여성들의 서로 달라진 정치 성향 및 패턴과 연결돼 있다. 여성들은 SNS를 통해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서로 공유하고 표현하는 데 조금 더 익숙하다. 반대 집회에는 20대 남성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남성들 입장에서 볼 때 여러 가지 면에서 답답하던 차에 유튜브 등에 퍼진 중국해커·부정선거 등 가짜뉴스를 보고 동원되는 등 여러 요인이 같이 작용됐다."


▶탄핵 찬성이 초기 60~70%에 달했던 대구경북 여론이 최근 탄핵 반대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정할 순 없다. 보수의 과표집, 진보의 과표집, 표본의 오염 등 다양한 변수를 고민해 봐야 한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일정 정도 현실을 대변한다는 전제하에 대구경북 정치가 갖고 있는 딜레마적 상황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대구경북도 비상계엄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엄청난 사건, 헌정 유린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후에 헌정 체제를 지키는 게 먼저냐, 당파주의자가 돼서 선거에서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문제를 봐야 하느냐 등 많은 정치적 조언이 있었다. 이 두 가지를 분리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속적인 정치적 동원에 의해 한쪽으로 점점 쏠리는 현상이 대구경북에서 나타나고 있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가 먼저냐' '민주주의자가 되는 것이 먼저냐'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탄핵엔 찬성해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특정 정치인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갖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로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내 생각은 어디로부터 왔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재명이 (대선에) 못 나오는 상황이 생기고 다른 후보가 나오면 그것은 되는가 하는 질문에도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재명은 무조건 안 된다'라는 전략 자체가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공화국의 위기, 헌정 체제의 위기를 일으킨 정당의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선거전략이고 대응 방식이라고 본다. '이재명은 그래도 안 된다'는 것은 '이재명이 아니면 된다'라는 것인가. 이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회개, 환골탈태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특히 대구경북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5월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촛불 광장 당시 한 시인이 '우리는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자고 광장에서 촛불을 들지 않았다'고 일갈한 적 있다. 탄핵을 찬성한 사람도, 반대한 사람도 다음 대통령으로 '얼굴만 달라진 새로운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10년 동안 이 엄청난 위기를 왜 두 번이나 겪어야 되는가에 대한 심각한 진단과 해법은 물론, 내 배경이 어떻든 나의 노력에 따라서 미래가 주어지는 사회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되는가에 대해 각 정당이 답을 해야 한다. 여당은 좀 장기적인 전략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의 가치를 재구성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이 잊지 말아야 될 것은 윤석열 정부와 어떻게 다른가, 왜 민주당을 찍어야 되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청년들이 민주당을 더 많이 찍지 않았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개헌 목소리가 높다.
"제왕적 대통령제 얘기는 위기 때마다 나온다. 여러 학자들이 분석했을 때 한국의 대통령 권한은 중간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지 않다. 문재인과 윤석열의 대통령 권한은 다르지 않았지만, 권한을 행사한 방법은 같지 않았다. 이게 다 제왕적 대통령 때문인가. 일단 87년체제에 미비점이 있다. 계엄이 되면 계엄사가 모든 걸 장악하는 건 미비점이다. 행정부를 감시하는 감사원이 행정부 수장 직속으로 돼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헌정 체제 위기가 왔다고는 할 수 없다. 뒤집어서 얘기하면 왜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방지하지 못했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87년 헌법의 특징 중 중요한 성격은 대통령 권한에 대한 견제다. 그런데 급하게 만들다 보니 완벽하게 연결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의회중심주의도 문제가 있다. 한국은 아직 리더 중심으로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경향이 크고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때문에 4년 중임제로 가는 게 맞다. 다만 중간 평가, 민주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은 같이 고민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한다. 한국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민주주의는 가장 완벽한 체제가 아니다. 윈스턴 처칠은 '민주주의는 가장 나쁜 정치체제다. 우리가 지금까지 가졌던 정부 형태의 정치체제를 제외한다면'이라고 했다. 즉 가장 덜 나쁜 악마라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부터 민주주의는 우려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민주주의를 하는 이유는 잠정적 균형을 이루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과 집단들이 모여서 공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치체제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장점과 긍정적인 면,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하되 민주주의가 가질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 불안정성에 대해서도 같이 이해하고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위기에 빠진 공화국...與는 보수의 가치 재구성하고 野는 청년표심 기억을

▨ 강우진 교수= △고려대 정치외교학 학사·석사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박사 △경북대 정치외교학(한국 민주주의와 정치과정) 교수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전 한국정당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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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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