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표현주의 대표 예술가
에곤 실레 삶·작품·의미 짚어
그가 남긴 그림 100점도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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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 '채식주의자' 표지를 장식했던 에곤 실레의 '네 그루의 나무'(1917).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그린 풍경화 작품이다. 〈벨베데레 궁전 소장〉 |
어릴 때부터 회화에 두각을 드러냈다. 빈 미술학교에 조기 입학허가를 받아 미술을 배웠지만 보수적인 학풍과 교수들과의 갈등으로 3년 만에 중퇴했다. 이후 구스타프 클림트의 영향을 받아 화려하고 극적인 양식의 그림을 그렸다. 클림트의 영향에서 벗어나 죽기 전까지 새로운 형태의 표현법을 마련했다. 하지만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일생과 작품은 많은 예술 작품의 모티프가 됐다. 1980년 독일에서 제작된 영화 'Excess and Punishment'는 그의 예술적 천재성을 다룬 전기 영화다. 오스트리아의 젊은 천재 화가 에곤 실레(1890~1918)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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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천재 화가 에곤 실레는 20세기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가 그린 '피살리스가 있는 자화상'(1912). 〈레오폴드 미술관 소장〉 |
모더니즘 예술가 에곤 실레는 20세기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다. 고전음악의 성지 빈에서 미술은 상대적으로 두각을 보이지 못했지만 에곤 실레의 등장은 오스트리아 회화에서뿐 아니라 20세기 서양 미술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 역사적 의미가 신간 '에곤 실레, 예술가의 표현과 떨림'에 담겨 있다. 안현배 미술사학자와 화가로도 활동하는 배우 박신양이 함께 썼다. 안현배가 '제국의 황혼'을 주제로 1부를, 박신양은 '예술가의 역할'을 주제로 2부를 썼다.
"역사 발전에서 개인의 존재가 중요해진 것은 시민혁명 이후 유럽이 겪은 과정이다. 그 속에서 예술 역시 학습이 아니라 표현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개인의 시각 차이, 내면의 감정이 더 중요한 표현의 주제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안현배는 에곤 실레의 작품에서 시대의 간격과 경계선을 뛰어넘는 지점을 설명한다. 실레가 활동했던 1900년대 오스트리아 빈의 시대상과 실레의 생애, 그리고 그의 인물화와 풍경화를 소개한다. 1·2차 세계대전을 거친 뒤 오스트리아 예술가들의 위상이 하락했던 때 실레가 재발견되기까지 배경도 설명하며 그가 미술사에서 갖는 역사적 의미를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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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배·박신양 지음 민음사/660쪽/2만2천원 |
에곤 실레가 주목받은 이유는 '솔직한 자기표현'이다.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심리적인 혼란을 대담하게 파고들었으며 다양한 감정 상태를 실험적으로 표현했다. 한국 컨템포러리 아트에서 표현주의 화가로 주목받는 박신양은 창작자의 시각으로 실레의 작품을 바라본다. 또 실레의 고민이 현대인에게 갖는 의미를 짚어준다. 그는 실레에 대해 "보편성에 저항하면서 자기만의 표현을 위해 나르시시스트라고 단죄당할 정도로 개별성을 집요하게 탐구한 작가"로 평가했다.
책엔 실레의 그림 100점도 수록돼 평소 보지 못했던 그림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실레의 작품을 보며 예술에서 감정의 표현이 왜 중요한지 느낄 수 있다. 우정아 미술사학자는 이 책에 대해 "에곤 실레를 바라보는 감정의 갈래들을 밀도 높은 언어로 써 내려간 박신양 작가를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서 오히려 '나'와 마주할지 모른다"고 평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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