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309010000839

영남일보TV

“올핸 개강 특수 없어요”…고물가에 등록금 인상까지 싸늘한 대학가

2025-03-10
“올핸 개강 특수 없어요”…고물가에 등록금 인상까지 싸늘한 대학가
5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 북문 상가 골목이 한산한 모습. 목 좋은 위치의 상가엔 '임대'가 붙어 있다.
“올핸 개강 특수 없어요”…고물가에 등록금 인상까지 싸늘한 대학가
5일 오후 6시 30분쯤 개강을 맞은 대구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대학가 '레드블록' 일대. 1년 중 가장 바쁘다는 3월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다.

대구지역 대학가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가뜩이나 치솟은 물가 탓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어서다. 설상가상 올해는 지역 대학 상당수가 등록금까지 인상했다.

◆ 썰렁한 대학가 상권
신학기 개강 다음날인 지난 5일 오후 6시쯤 대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동문 앞 대학가. 통상 이맘때 대학 주변 상권은 '개강 특수'에 들뜨기 마련이다. 하지만 학교 일대는 한산했다. '임대' 딱지가 붙은 점포가 자주 목격됐다. 건물 전체가 텅 빈 곳도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계명대 인근 집합 상가 공실률은 9.5%였다.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2022년(3.4%)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실제 경북대·영남대 등 지역 대학가엔 유동인구도 잘 보이지 않는 등 찬바람만 불었다. 코로나 19 이전만 해도 경북대 북문 맞은편 10평짜리 점포의 권리금은 1억원대였다. 요즘은 권리금 개념 자체가 사라졌다고 한다. 장사를 해보겠다고 문의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중론이다.

대학가에서 8년째 국밥집을 운영한다는 채모(64)씨는 "개강일 즈음에는 보통 대목인데, 식사 시간을 빼곤 손님이 없다시피 하다. 코로나19 이후 반 토막 난 매출이 회복될 기미가 안보인다. 물가가 오르니 어쩔 수 없이 음식값도 올려야 하고, 그러면 가게를 찾는 손님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올핸 개강 특수 없어요”…고물가에 등록금 인상까지 싸늘한 대학가
5일 오후 6시쯤 대구 북구 경북대 교내 식당이 저녁식사 중인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올핸 개강 특수 없어요”…고물가에 등록금 인상까지 싸늘한 대학가
5일 오후 7시 20분쯤 대구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기숙사 내 편의점 휴게 공간이 학생들로 가득한 모습.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 성모(43)씨도 "11년째 장사를 하는 데, 최근 모든 게 바뀌었다. 신입생 환영회도 저녁보다는 낮에 많이 하는 추세다. 술자리도 현저히 줄었다"며 "3년 전 가게를 내놨는데 인수하려는 이가 없어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룸촌 사정도 마찬가지다. 임차인을 구한다는 현수막과 건물을 매매한다는 공고도 자주 보였다. 한 공인중개사는 "개강 한달 전이면 빈방이 없어야 하는데, 올핸 아직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방들이 수두룩하다. 방을 빼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외식비, 월세 등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 본가에서 통학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 북적이는 교내
대학가 주변 상권지역에 발길이 뜸한 학생들은 편의점과 교내 식당으로 몰렸다.
지난 5일 오후 찾은 계명대 교내 편의점은 식사를 해결하려는 학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편의점 직원 이모씨는 "해가 지날수록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손님 비율이 늘고 있다. 식사 시간대에 방문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라면, 도시락 등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했다.

학생들은 '식비가 부담돼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신입생 김지민(19)씨는 "대학가 주변식당 어디를 가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려면 1만원 이상 필요하다. 부모님께 받는 생활비로는 감당할 수 없어서 앞으로도 비교적 저렴한 편의점에서 식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북대 내 교내 식당도 학생들로 북적였다. 이날 교내 식당에선 쟁반수육, 돈가스, 뚝배기 알밥 총 3가지 메뉴가 제공됐다. 가격대는 돈가스와 알밥 5천원, 쟁반수육 5천500원. 학생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가격이었다. 교내 식당에서 만난 채모(21)씨는 "가깝고 가격도 저렴해 교내 식당을 자주 찾는다. 밖에서 한 끼 사 먹을 돈이면, 교내 식당에서 두 끼를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현상은 아침 식사를 1천원에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행한 여파도 있다. 현재 경북대, 계명대 등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부담을 한결 덜어주고 있다. 실제 경북대 구내식당 이용률은 매년 증가추세다. 2022년 2억2천만원이던 식권 매출은 지난해 4억6천만원으로 배 이상 뛰었다.

경북대 생활협동조합 측은 "2023년 천원의 아침밥을 시작한 이후 학생들의 구내식당 이용률이 크게 늘었다. 올해도 학생들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 등록금 인상 여파까지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지역 주요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대열에 대거 합류해서다 .


“올핸 개강 특수 없어요”…고물가에 등록금 인상까지 싸늘한 대학가

영남대는 가장 높은 수준인 5.4%를 인상했다. 지역대학이 등록금을 올린 건 2009년 이후 16년 만이다. 이후 대구대(5%), 대구가톨릭대(4.9%), 계명대(4.87%) 등이 줄지어 등록금을 올렸다. 국립대인 경북대는 동결을 결정했다.

장모(20·계명대)씨는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 오른 등록금으로 4년을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며 "등록금을 올린 대신 장학금 지급 비율이라도 늘려줬으면 좋겠다. 현재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밖에서 사 먹기가 부담돼 주로 편의점 음식이나 학식을 이용한다"고 했다.

더욱이 장학금 혜택까지 끊기는 일이 겹쳐 학생들 부담은 한층 커졌다. 국가장학금 2유형은 등록금 동결 대학을 대상으로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으로,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엔 지급이 중단된다. 대구대(8천43명)와 영남대(8천26명) 경우, 지난해 이 유형 혜택을 본 학생이 전국 최다 수준이었다.

최모(23·영남대)씨는 "전역 후 부모님으로부터 손을 벌리기 싫어 군적금과 틈틈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며 "등록금 인상과 함께 평소 받던 국가장학금 2유형이 지급되지 않아 다음 학기부턴 어쩔 수 없이 부모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임모(24·영남대)씨도 "등록금 인상에 이번 학기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등록금, 월세 인상으로 예상보다 지출이 70만원 정도 더 생겨 학기 중에 일용직이라도 나가야 할 판"이라고 했다.

글·사진=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구경모·조윤화 수습기자

 

기자 이미지

최시웅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