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자본시장 선진화 계기될 것”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최상목 권한대행에 공개 서신 “조속 공포 촉구”
이복현 금감원장 “상법 개정안 반헌법적인지 의문”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재계 반발과는 달리 증권가와 일부 경제단체들에게서 환영의 목소리도 나왔다.
◆증권가 “자본시장 선진화 출발점"
증권가는 자본시장 선진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반겼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단순히 주주권 강화를 위한 '주주 중심주의'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화되고 정상화되기 위한 필수적이고 역사적인 전환점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정안의 핵심은 지배 주주의 사적 이익 극대화로 인한 일반 주주의 피해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정안을 통해 이사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일반 주주 권익이 충분히 고려되고, 주식 시장 전반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수준으로 선진화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기업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단초가 마련된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확실한 호재"라고 말했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무분별한 분할 상장 등에도 조심스러워질 것이고,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벤트에 대해 좀 더 신중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신중론도 나왔다. 상법 개정의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상법 개정이 향후 주가 상승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이를 계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한번에 해소된다거나 국내 증시의 거버넌스 문제가 확연히 개선된다고 100% 단언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이번 상법 개정이 배임죄 완화나 폐지를 조건으로 논의가 된 만큼, 이 부분이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따라 투자자 반응도 조금 달라질 수 있다"며 “그런 제재 규정까지 명확히 나와줘야 기업들의 반응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버넌스 포럼 “상법 개정 정파적 내용 아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4일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은 지극히 헌법적이며 전혀 정파적인 내용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개정안 통과의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은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 서신에서 “이번 상법 개정안 통과는 전혀 재의요구권(거부권) 대상이 아니라며 조속히 공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상법 개정안은 지배주주 이익을 위한 편법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수단“이라며 "전체 주주를 위한 주식회사라는 상식이 통하는 자본시장으로 가는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또 "전체 주주 이익 보호는 당연한 교과서적인 의무이며, 어떤 정당한 경영활동이 위축되는지 의문“이라며 "경영자 측의 반대는 추상적이고 과정과 왜곡이 삼각하다“고 반문했다.
포럼은 "상법 개정안이 지극히 헌법적이며 정치적 쟁점도 아니고, 대법원도 동의하는 내용“이라며 "만약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면 정부 밸류업 정책의 진정성과 신뢰가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13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재계와 기업단체들이 즉시 입장문을 내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한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 "거부권 반대…현 경제팀 주주가치 제고에 일관된 의지 밝혀와“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국민의힘이 최 권한대행에 거부권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결정은 저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재의요구권 행사는 그간 명확히 헌법에 반하는 것들에 대해 이뤄져 왔는데, 이번 건(상법 개정안)이 과연 거기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있다“며 "또한 오랜 기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온 마당에 부작용이 있다고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나 방식이 생산적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12월 이후 현 경제팀은 공매도 재개와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일관된 의지를 해외 투자자 등에게 밝혀왔다. 이것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에 대해 다른 분들은 생각이 다양할 수 있지만 저로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다만 현재 형태의 상법 개정안에는 반대하고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유지했다. 그는 "개정안에는 '총주주'나 '전체 주주'와 관련한 다소 모호한 규범들이 포함돼 있어 현재 형태의 상법이 통과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말씀을 여러차례 드렸다“고 거듭 밝혔다.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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