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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과 책상사이] 많이 보고 느끼는 한 해

2025-03-17
[밥상과 책상사이] 많이 보고 느끼는 한 해
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영어 단어 3월(March)은 로마의 군신(軍神) 마르스(Mars)에서 유래됐다. 어원상 삼월은 겨울이 지나고 전투가 시작되는 달이다. 그렇다. 삼월은 만물이 생존과 번식, 가을의 알찬 결실을 위해 서로에게 선전포고하며 치열하게 전투를 시작하는 달이다. 전투를 시작하면서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식물도 처음 자리 잡기를 잘못하면 꽃을 피우기 어렵고 가을에 알찬 결실도 기대할 수 없다. 신학기를 시작하며 우리 학생들에게도 학년 초 자리 잡기는 매우 중요하다.

매년 신학기가 시작될 때 부모와 자녀는 새롭게 결의를 다지며 성공적인 한 해를 꿈꾼다. 두 명의 초등학생을 둔 아버지가 미래 예측이 어려운 격변의 시대에 부모가 자녀 교육에서 어떤 점에 특히 유의해야 할지에 관해 이야기하길 원했다. 두 아이는 다 과학자가 되길 원한다고 했다. 한참 생각 끝에 교과 공부는 기본적인 사항이니 말할 필요가 없고, 다른 한 가지를 제의했다. 올해는 온 가족이 감탄과 감동을 많이 경험하는 해가 되도록 노력해 보라고 했다. 이것이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최상의 처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뇌 기능은 감탄과 감동, 성취감을 느낄 때 최고로 향상된다. 뇌가 느끼는 최고의 쾌락은 성취감이다. 한 치의 여유도 없는 각박한 삶에서는 가슴 벅찬 성취나 기쁨을 경험하기 어렵다. 올해는 집중해서 공부하고 쉴 때는 대자연 속에서 긴장을 풀며 꿈꾸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라며 루트번스타인 부부가 쓴 '생각의 탄생'에 나오는 한 대목을 같이 살펴보았다.

1894년 한 젊은이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높은 벤 네비스 산 정상에 올랐다. 안개가 낀 약간 흐린 날이었고 무지개가 태양 주위로 완벽한 원을 그리면서 그림자를 던지고 있었다. 그는 그 광경이 자기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태양이 산꼭대기를 에워싼 구름 위에서 빛날 때 풍경은 참으로 멋졌다. 특히 태양을 둘러싼 찬란한 환(環, corona), 산꼭대기 위로 드리운 무지개 그림자, 안개 속에 있는 나와 구름 주위를 둘러싼 빛(후광)은 나를 엄청나게 흥분시켰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이 모습을 그대로 묘사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산 정상에서 햇무리를 보고 감탄하며 감동한 찰스 토머슨 R. 윌슨은 화가가 된 것이 아니고,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실에서 마음속에 있는 '물리학의 시'를 가지고 '구름 상자'를 발명했다. 이 구름 상자는 사상 최초로 과학자들 앞에 소립자의 존재를 드러내 보인 장치다. 그의 구름 상자는 원자물리학 실험 분야가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이 발명으로 노벨상을 받은 윌슨은 수상 강연에서 자기의 첫 번째 관심사는 순전히 정서적이고 심미적인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의 구름 상자는 미술과 과학 모두를 구현한 것이었다. 자연의 신비와 경이를 통해 경험하는 감탄과 감동은 과학과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영감의 원천이 된다. 특히 유년기의 경험이 중요하다.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 아르망 트루소의 말이다. 위대한 과학자가 되려면 예술가의 직관력과 상상력, 예민한 감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기하학 덕분이다. 기하학은 인간의 사고능력을 이끌어주는 놀라운 스승과 같다"라고 곤충학자 앙리 파브르는 말했다. 수학자 소피아 코발렙스카야는 "수학이야말로 최대한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과학이다. 영혼의 시인이 되지 않고서는 수학자가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장르 간의 벽 허물기, 통합과 통섭, 융합이 강조되는 시대에 자연 과학적 소양을 가진 인문학도, 인문적 소양이 풍부한 자연과학도가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가진다. 부모가 먼저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올해는 너무 속도나 목전의 결과에 집착하지 말자. 링컨은 "나무를 베는 데 6시간이 주어진다면 먼저 4시간 동안 도끼를 갈겠다"라고 했다. 대패질하는 시간보다는 대팻날을 가는 시간이 더 길어야 한다는 말이다. 올해는 무슨 일이든 서둘지 말고, 다지면서 가자.

어떤 일을 할 때 빠름과 느림이 조화를 이룰 때 생산성은 극대화된다. 속도는 느림과 여유가 확보될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마찬가지로 느림이 생산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필요할 때 즉시 속도를 낼 수 있는 순발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유 없는 속도는 무모하며, 결국에는 일을 크게 그르칠 가능성이 높다. 맺고 끊고를 분명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재미있게 잘 놀며 많이 보고 느끼는 한 해가 되게 하자.

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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