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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
오세훈이 쏘아올린 공이란 뜻으로, 과거 개발독재시대 사회비판 소설의 대표작인 '난쏘공(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빗댄 신조어다. '오쏘공'은 지난달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강남권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전격 해제한 이후 서울 집값이 급등한 현상을 가리킨다. 토허제가 풀리면 주택구매자의 실거주의무기간이 사라져 소위 '갭투자'가 가능해지면서 구매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토허제 해제 이후 서울 강남권에는 수억 원씩 오르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3월 둘째 주 기준 강남 3구의 집값 오름세는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부동산이 폭등한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오죽했으면 한국은행이 "토허제 해제의 영향이 서울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까지 했을까.
의문은 토허제를 해제한 시점이다. 경제매체인 SBS비즈는 '조기대선, 승부수가 부메랑… 오 시장은 왜 지금 토허제를 풀었나' 제목의 기사에서 "거래량이 가장 활발한 시점(3월)을 앞두고 금리인하까지 맞물려, 해제시기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임기 내내 4년 동안 묶었다가 갑자기 풀다 보니 집값을 더욱 자극한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 언론의 문제제기처럼, 토허제 해제가 만에 하나 조기대선을 앞둔 선심정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오 시장이 짊어져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지방의 부동산 경기는 사상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의 악성 미분양 2만2천872가구 중 20%는 수도권, 80%가 지방에 몰려 있다. 지방의 건설회사들은 가히 '줄폐업' 수준이다.
최근 가장 충격적인 외신(外信) 기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부산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부산이 노동인구의 감소와 젊은 층의 대탈출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부산의 지역소득총액(GRDP)은 한국 2위 자리를 수도권의 인천에 빼앗겼다.
FT는 그 원인을 서울이 국가경제를 중앙집권화해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FT는 그러나 "여전히 대통령의 계엄선포 여파에 정신이 분산된 한국 정계(政界)는 경제를 구조조정할 역량이 있다는 징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실 TK나 PK의 지역 국회의원들은 중앙정치권 눈치나 살필 뿐 지역경제를 살릴 근본적인 입법이나 대책마련은 뒷전이 아닌가.
지방의 유지들이 현금을 싸들고 강남아파트 사러 서울로 가는 대신 서울의 은퇴자들이 고향에 고급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할 수 있도록 부동산 세제부터 고치는 것이 그리 어렵나. 역대 정부 모두 '지방시대' 운운하며 일 안하고 노는 지방위원회만 만들었을 뿐 정작 '지방시대'에 지방은 없었다.
최근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초양극화' 현상을 본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방은 굶어죽고, 서울은 배 터져 죽는다"고 비유했다. 서울의 오 시장은 아직도 배가 고픈가. 왜 느닷없이 토허제를 풀어 지방을 더욱 어렵게 하는가. 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왜 손을 놓고 있는가. 지방이 소멸하면 서울은 온전할까. 결국엔 둘 다 죽기 마련이다.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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