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작한 나의 요가
둔한 몸 탓 항상 슬럼프
고난도 아사나는 시도 못해
그래도 요가는 하고 싶어
재능없어도 즐긴다면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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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설 체육팀장 |
우연히 내 일상에 들어온 요가는 운동과는 달랐다. 할 때마다 힘들었지만 그럴수록 더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남과 대결해 이겨야 하는 부담이 없었고, 나 자신과 온전히 싸우는 과정이어서 성향과 잘 맞았다. 힘들다는 생각밖에 생각나지 않는 그 순간이 매력적이었다. 몸이 아프거나 회사 당직 때문에 수련을 빠져야 할 땐 날짜를 조정해서라도 요가원에 갔다.
하지만 내가 요가를 하면서 뼈저리게 깨닫게 된 것은 난 요가를 정말 못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이 지면을 통해 요가칼럼을 선보이겠다는 거창한 계획도 세웠건만… 아, 포기하고 싶다. 몇 년간 수련을 하면서 몸이 전보다 유연해졌지만 딱 거기까지다. 일명, '다리찢기'로 알려진 '사마코나 아사나'는 정말 끔찍하다.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을 정도다. 대부분의 수련자들이 다리를 최소 120도 이상 벌리고, 심지어 박쥐처럼 상체를 바닥에 쫙 붙인다. 하지만 비천한 내 몸은 다리를 90도 안팎 겨우 벌리고 상반신을 웅크리고 있을 뿐이다. 내 몸이지만 참 안쓰럽다.
뿐만 아니다. 당최 코어에 힘이 없어 누워서 다리를 들어올리려면 천근만근이다. 시체처럼 누워 숨만 쉬고 있을 때가 많다. '살람바 시르사 아사나'(물구나무서기)는 머리를 땅에 박고 엉덩이만 들어올릴 뿐 무서워서 시도도 못했다. 내게 요가는 수련이라기보다 재활에 가까울 때가 많다. 언제나 슬럼프라고 할까.
그럼에도 신기한 것은 여전히 요가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도 만족하지 못했고, 내일도 아쉽겠지만 재밌다. 열정적으로 하진 못하지만 끊임없이 해나가고 싶다.
운동선수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그들의 슬럼프 극복기에 대해 종종 듣는다. 국가대표도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슬럼프를 겪고, 극복하기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남자 자유형 50m에서 아시아신기록을 세운 지유찬은 "수영을 처음 시작할 때 나보다 잘하는 친구가 너무 많아 슬럼프를 겪었다"고 고백했고, 한 롤러 선수는 "운동선수 중 절반은 하기 싫어도 그냥 하는 것"이라고 귀띔해 놀랐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슬럼프는 예기치 않은 지점에서 풀렸다. "경쟁자를 의식하다보니 대회만 나가면 연습 때만큼 실력이 안 나왔다"는 대구시청 우슈팀 이병희 선수는 경쟁자의 아내와 아들을 만나면서 경쟁의식을 내려놓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운동이 아니라도 다른 길이 있다고 확신하며 운동을 한다는 한 유도 선수는 아예 슬럼프를 겪은 적이 없다고 했다.
요가원 옆자리의 한 여성 수련자는 오늘도 핑크색 레깅스를 입고 완벽한 다리찢기를 선보였다. 집에 돌아가는 길, 감탄하며 비결을 물었더니 "내 나이가 올해 일흔 둘"이라는 수련자는 "매일 하다 보면 다 돼요. 그냥 하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은 없어요"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
그래, 이토록 둔한 내 몸을 이제라도 발견해 다행이고, 수련을 하며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다스리는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재능 좀 없으면 어떠랴? 좋아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이효설 체육팀장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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