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면·나무 수분 급속 증발
바람의 속도도 매우 빨라져
기후변화를 멈추지 않고선
갈수록 규모 커지는 산불을
대책없이 바라만 봐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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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영남대 교수 |
3월21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은 22일까지 전국 각지에 총 16건의 산불로 이어지고 있고, 산림청은 국가 위기 경보를 발령하기에 이르렀다. 산불 발생 5일째에 접어든 25일 산청의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지리산 국립공원 구역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경남 하동군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3월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안동을 휩쓸고 청송으로 번지고 있다. 동쪽으로 초속 20m에 가까운 바람을 타고 번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 화선이 100㎞에 다다른다고 한다. 의성 산불은 역대 국내 산불의 세 번째 피해 규모로 파악되고 있고 이마저 아직 완전 진화가 되지 않아서 그 피해가 인근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경북, 경남, 충북 등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일어나 막대한 재산과 인명의 피해를 주고 있다. 경북도의 경우 헬기 60여 대, 인력 3천여 명, 진화 장비 400여 대를 투입하고도 진화되지 않았고, 그 구역이 8500㏊를 넘어서는 규모이다. 22일 낮 12시경 울산시 울주군에서도 큰 산불이 났으며 고속도로가 통제되기도 했다. 산불이 잡힌 곳도 있지만 몇몇 곳은 5일째 산불이 잡히지 않아 수천명이 대피하고,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인명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불이 발생하기 약 3개월 전 미국 LA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이 발생했고, 이 산불이 고급 주택지까지 번져 할리우드 스타들의 수백억원이 넘는 호화 저택도 모두 타버리기까지 한 것을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듣고 있다. 한국을 빛낸 LA 다저스 소속 박찬호 투수의 집과 힐튼 호텔 체인 상속자 페리스 힐튼의 초호화 저택도 불에 타버렸다고 한다. 이러한 고급 주택지는 화재로부터 많은 준비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산불의 규모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막을 수 없을 만큼 컸기 때문에 보안이 철저했던 이들의 저택마저 잿더미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교민들도 산불 피해를 많이 보았다고 한다. LA 산불은 1월7일 발생하여 불길이 잡힐 때까지 약 3주일 이상 지속되었다. 우리나라의 산불도 벌써 5일째 번져나가고 있고 완전히 진화될 때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를 일이다. LA의 산불과 우리나라의 산불은 모두 인간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들 산불의 원인이 단지 인간의 부주의로만 발생한 것일까? 또 산불은 왜 이렇게 커지고 있으며, 이러한 최근의 대형 산불이 주는 경고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최근 기후변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지구 전체의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이미 1.5℃를 넘어서 2℃를 향해 치닫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구가 더워지니 지표면의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여 떨어진 나뭇잎과 나뭇가지가 빠르게 마르고, 바람의 속도도 매우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조그마한 불씨라도 방관하게 된다면 곧바로 대형 산불로 발전되는 여건이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형 산불 또한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인 것이다. 기후변화를 멈추지 않고서는 이제 매년 더욱더 커지는 산불을 우리는 대책 없이 바라만 보아야 할 것이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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