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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송이, 경북에서 사라지나”…의성 산불에 산지 붕괴

2025-03-29 11:47

잇따른 산불로 경북 송이 주산지 초토화…의성·영덕·영양 연쇄 타격

송이 가격 천정부지, 생산량은 급감…감염묘 인공재배 외 대안 없어

“30년은 지나야 회복"...경북, 송이 명맥 지킬 마지막 보루

“자연산 송이, 경북에서 사라지나”…의성 산불에 산지 붕괴

경북 봉화군의 소나무숲에서 자라난 자연산 송이버섯. 최근 기후변화와 병해충, 산불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봉화 지역의 송이 자원도 빠르게 줄고 있다.

“갈수록 보기 힘들던 송이가, 올해부터는 아예 구경조차 힘들 것 같아요."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안동을 비롯해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지며 국내 대표 송이 산지를 집어삼켰다. 피해 면적만 4만5천ha. 이 지역은 전국 송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온 경북의 핵심 송이 벨트다.

특히, 영덕군은 13년 연속 송이 생산량 전국 1위를 지켜온 '송이의 고장'이다. 하지만, 이번 산불로 군 전체 송이의 60%이상을 생산하던 지품면 국사봉 일대가 사실상 전소되며, 그 위상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또 영양 수비면, 안동 길안면 백자리, 청송 주왕산 자락 역시 불길에 휩싸이며 송이 채취 기반이 통째로 무너졌다. “이제 송이로는 생계도 안 되고, 후손들에겐 송이 캐던 기억도 전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실제 최근 3년간 경북 주요 산림 시군의 송이 생산량 변화는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산림조합 공판 기준으로 영덕군은 2021년 12.2t에서 2023년 6.8t, 2024년 4.5t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영양군은 2021년 2.2t에서 2024년 1.2t으로, 안동시는 1.1t에서 0.9t, 0.8t로 감소했다. 청송군도 1.5t에서 1.1t으로, 의성군은 1.2t에서 1t, 봉화군은 1.2t에서 1t으로 감소하는 등 모든 지역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송이 생산 기반 자체가 붕괴 위기에 처한 셈이다. 여기에 1985년 252만ha에 달하던 전국 소나무림은 병해충과 산불로 2020년 132만ha로 줄어들었다. 소나무와 공생하는 송이는 이와 같은 산림 후퇴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00년 강원·경북 대형 산불 당시에도 송이 생산량은 80% 감소했고, 2022년 동해안 산불 이후에도 평균 27% 줄었다. 이번 의성 산불이 그 어느 때보다 넓은 송이산지에 타격을 준 만큼, 전문가들은 “자연산 송이는 앞으로 보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같은 현실은 지난 2022년 울진 산불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당시 북면, 죽변면, 금강송면 등 울진의 핵심 송이 서식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산불 전 12.2t이던 송이 생산량은 2023년 3.2t, 2024년 3.1t으로 73% 이상 급감했다. 산불이 송이산 전체를 무력화시켰다.

이처럼 생산량이 줄자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1등급 기준 50만원에서 형성됐던 가격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80~90만원으로 오르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120만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품귀 현상이 심화되며 거래 불안정성도 커졌다. 봉화의 한 송이 유통업자는 “이젠 계약 물량도 확신이 없어 사전계약은 아에 꿈도 못 꾼다"라고 토로했다.

자연산 송이는 기주식물인 소나무와의 공생관계로 인해 재생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산불 피해지의 송이 포자 회복에는 30년, 흙 속 미생물 복구에는 100년이 걸린다"며 “이것은 단순한 산림 훼손을 넘어선 생태계 붕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이 개발한 송이 감염묘 기반 인공재배 기술이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송이균을 접종한 소나무 묘목을 심어 공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재배에 성공한 바 있다. 최근 울진 산불 피해지 복구 과정에서도 이 감염묘가 활용됐다. 한 임업연구관은 “감염묘 10그루 중 4그루에서 송이가 발생했다"며 “야생 송이의 멸종위기에 현실적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봉화송이산주협회 관계자는 “지금이야말로 송이산업이 선택해야 할 분기점"이라며 “더 이상 과거에 의존해선 안 되며, 감염묘 기반의 재배를 통한 송이산업 체질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머지 않아 자연산 송이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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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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