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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취향의 기록

2025-03-31
[문화산책] 취향의 기록
박관호〈갤러리제이원 실장〉

우리는 그림을 보고 "좋다"고 말한다. 가끔은 "잘 모르겠지만 끌린다"고도 한다. 그 감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 왜 어떤 건 좋고, 또 어떤 건 싫을까. 그건 감각의 반응이자 동시에 취향의 고백이다. 예술 앞에서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감각이다. 눈이 먼저 멈추고, 마음이 그 앞에 머문다. 그렇게 반복되는 감각의 결이 차곡차곡 쌓이면, 우리는 그것을 '취향'이라 부른다.

하지만 취향은 생각보다 말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취향을 드러내는 데에도 눈치를 본다.

"이게 유행이에요"라는 말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만, "저는 이게 좋아요"라는 말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좋아한다는 말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고, 그 설명할 수 없음이 때로는 불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나는 예술이 더욱 귀하다고 느낀다. 예술은 그 취향을 드러내도 괜찮은, 몇 안 되는 공간이다. 좋아한다고 말해도 누군가가 비웃지 않고, 잘 몰라도 괜찮으며,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받을 수 있는 곳. 그림 한 점을 좋아하게 되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다. 어떤 색이 마음에 남고, 어떤 구도가 눈에 오래 남는 경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좋아하는 그림들을 하나씩 모아보는 것도 좋겠다. 무엇이 좋았는지, 왜 좋았는지 모르겠더라도, 그 감각을 붙잡아두는 것에서부터 감상의 시간이 시작된다.

작은 엽서부터 시작해도 좋다. 전시장에서 눈길이 간 작품을 찍어두거나, SNS에서 저장한 이미지들을 모아보는 것도 괜찮다. 한 명의 작가를 꾸준히 지켜보며 작업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쌓인 감각은 언젠가, "이건 이 사람의 그림이구나" 하고 감지하게 되는 순간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취향의 세밀함이 자라난다는 증거다. 작은 아트페어나 청년 작가들의 전시에서는 10만원대부터 구입 가능한 드로잉이나 에디션도 흔하다. 당신이 그 앞에 오래 머물렀고, 그 감정을 집으로 데려가고 싶었다면, 그 작품은 이미 충분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작은 그림 하나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건 감각의 중심을, 집 어딘가에 조용히 심는 일이다. 컬렉팅은 결국,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했는가에 대한 사적인 기록이다. 반복되는 감정, 설명할 수 없는 끌림,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감각들. 그런 것들이 쌓이면, 그것은 곧 '나의 언어'가 된다.

이제는 자신만의 취향으로 컬렉팅을 시작해보자. 마음이 머문 그림, 눈길이 멈춘 색감들을 하나씩 모아가는 것. 예술은 그런 작은 선택들이 쌓여 당신만의 세계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박관호〈갤러리제이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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