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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석의 발견과 되새김] 미친 산불, 그 이후의 복구

2025-04-01

보상금 제대로 배분됐는지

사회약자 불평등 개선되고

생업에 원활하게 임하는지

이재민들 삶 모니터링 통해

공동체 관계 복원도 챙겨야

[이하석의 발견과 되새김] 미친 산불, 그 이후의 복구
시인
#산불

여행을 취소한다. 산불 때문이다.

봄맞이로 동해안을 돌아볼 계획이었다. 영덕에서 울진을 거쳐 삼척과 설악산 위의 양양까지를 잡았다. 보고 싶은 이가 설악산 끝자락에서 수행 중이어서 오랜만에 근황을 살필 겸 해서 정한 것이다. 이제 해외여행은 거의 포기할 나이라, 승용차로 그야말로 '구름에 달 가듯이' 며칠 동안 느릿느릿하게 국내를 돌아다니는 여행을 꿈꾸는 게다.

그러나 올봄은 화마의 기운이 준동, 여행지로 잡은 곳 중 많은 부분을 태웠다. 경북 의성 산불이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으로 번지며 확산하는 기운이 엄청났다. 그 모습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사진에도 담길 정도였다. 나사 지구관측위성인 '아쿠아' 기상센서 모디스 장비로 촬영한 것을 보면 의성과 산청에서 난 대형 산불 연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은 너무 한가한 행각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공포에 잠긴 채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산불 상황만 지켜보았다.

지난 22일 의성에서 발화한 산불은 급속하게 초대형으로 커졌다. 한편, 국내에서만 50건 가까운 산불이 발생, 산청·김해·울주·의성 등 전국에서 산불이 나서 산림은 물론 가옥과 문화재를 태우고 30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수만 명이 대피한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오후 7시 기준 청송·영양·영덕 지역만 1만6019㏊가 불탔단다. 의성·안동 지역은 산불 지역이 넓어 불탄 규모도 추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주중에 적은 양이긴 해도 비가 와서 큰 불길은 잡을 수 있었지만, 산청 지역은 여전히 지리산 쪽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산불의 피해 결과는 상상 이상이다.

#기온 상승

"최악의 재난"으로 꼽히는 이번 산불에 대한 대책은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거나 사후약방문 격이다. 그래도 다시 다양한 대책이 쏟아진다. 초동 진화의 빠른 대응을 위한 장비 확보, 화재에 취약한 소나무를 대체하여 수종을 바꾸는 문제, 위급 시 소방 차량의 빠른 투입이 가능한 임도의 확보 등이 우선 꼽힌다. 그런 가운데 예산을 늘려달라는 예산 타령 청구 항목들이 또 관계 기관에서 쏟아져 나온다.

화재는 이제 지구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발생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대형 화재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재산 피해를 불러왔다. 발생 일주일도 안 되어 여의도 면적의 35만 배가 불탔다. 1만 채 이상의 건축물이 불탔고, 인명 피해도 심했다. 일본도 지난 주말부터 전국적인 산불에 시달리고 있다. '미친' 불길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피해 지역의 1만여 명에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산불 피해를 보면서 해외 기후학자들이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 미국 기후 연구단체는 "한국의 경우, 산불 기간 동안 기온이 지난 30년 평균보다 최고 10℃ 높은 상태"라며, "일본 역시 최고 8.5℃ 높은 상황"이라 했다. 비정상적 기압 차로 바람의 속도가 빨라진 데다, 바싹 마른 초목에 불붙어 급속도로 번졌다며, 앞으로도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피해가 커질 거라고 전망했다.

2년 전 강릉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도 최근의 대형 화재와 규모 면에서 다르지 않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이젠 해마다 봄철 산불이 준동할 거라는 점에서 그 대비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이상 화재 발생 빈도가 잦아지리라는 예상은 일찍부터 나왔다.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총회에서 전 세계 195개국이 지구 평균 온도 상승 억제 목표(1.5℃)를 정하고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지난해에) 1.55℃가 높아진 상태다. 억제 목표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지구가 더워지면서 여러 '재난'이 이번의 산불처럼 발생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재난 이후

잔인한 봄이다. 그러나 또 시간은 흐를 것이다. 언론들도 그 피해 규모를 여러 각도에서 비추지만, 이내 다른 사건들로 관심을 돌려버릴 게 뻔하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말이다.

산불 이후의 일들도 산더미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의례적인 해결책에 머물지 않을까 우려된다. 피해 이재민들의 삶들을 장기적으로 모니터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에 소홀해 온 게 사실이다. 이재민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았는지, 생업에 원활하게 임하는지 등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봄철 벽두를 태우는 산불이 연례적으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그 뼈아픈 경험을 쉽게 잊어버려, 다시 위기의 봄철을 대책 없이 맞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신하림의 '산불은 마을을 어떻게 바꿨나'라는 책이 눈길을 끈다. 언론인인 필자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강원도 고성에서부터 삼척에 이르기까지 취재한 산불 재난의 참사 보고서다. 이 책은 이재민의 삶과 일상 회복, 재난 복구 체계 개선 방안을 걱정스러운 소리로 묻고 있다. 무엇보다 재난으로 인한 집단 내부의 균열에 대한 안타까움을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500년 역사를 지닌 속초의 한 마을이 산불 이후 사분오열되어 공동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그 한 사례다. 이재민 비상대책위가 분열하면서 서로 비방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보상금의 비정상적인 배분을 분개하는 이들도 있다. 피해자들이 고령층이 많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경제적인 불평등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게다.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면서 무엇보다 복구를 위한 배려에서 당국은 지역공동체의 관계 회복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역설이 마음에 와닿는다. 그런 촘촘한 챙김과 더불어 무너진 자연 생태계의 복원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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