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한 한 권한대행에 “의회 민주주의 존중·실현 의지 있는지 의심스러워” 비판
이복현 금감원장 사의 표명 “대통령 계셨으면 거부권 행사하지 않았을 거라 확신”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회의 발언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4.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hih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및 전자 주주총회 도입 등을 포함한 기존 안에다가 집중 투표제 실시 등 내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일단 재의 표결부터 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도 일부는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상법 개정안 재추진 계획을 밝혔다.
진 정책위의장은 “집중 투표제를 실시하거나 독립 이사로 개편한다거나 감사를 확대하는 조치까지 포함해서 다시 추진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업이 지배 주주에 의해 아주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게 운영돼 왔고, 이것 때문에 소액 주주가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가 됐다는 게 수많은 금융 전문가의 이야기이고, 개미 투자자들의 얘기"라며 “심지어 외국 투자기관이나 금융기관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선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일곱 번째"라며 “의회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일 한 권한대행은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고, 불명확성으로 인해 일반주주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기업의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며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날 진 정책위의장은 집중투표제 실시와 감사 확대 조치를 언급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이사를 선임할 때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받아 이를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현행 '단순투표제'와 달리 소액주주의 의결권이 강화될 수 있지만, 기업들은 적대적 인수합병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집중투표제는 현행법상 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어 이를 의무화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 확대 조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확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이사회 내부의 분리 선출 감사위원 숫자를 현행 1명에서 2명 또는 전원으로 늘리는 방안으로, 대주주에 대항할 수 있는 감사위원을 늘려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다만, 재계는 행동주의 펀드 등 외부 투기자본이 감사위원회 장악력을 키우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편, 한 권한대행의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정부 내에서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공직자로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주 가치 보호와 자본시장 선진화는 대통령이 직접 추진한 중요한 정책이다. 대통령이 계셨으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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