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독촉, 미성년교제 등 해명
거짓일땐 비난 당연하지만
수사 검증 결과 나올 때까지
판단 유보할 줄 아는 능력이
시민사회의 지성이고 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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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
김수현 소속사가 김새론에게 7억원을 빌려준 부분을 사람들이 너무나 사소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7억원은 큰돈인데 말이다. 과거 김새론 음주운전 사고 당시 7억원의 위약금 등을 소속사가 대신 내줬다고 한다. 이게 대여금이었는데 1년 이상이 지나 기한이 다됐을 때 소속사가 갚으라는 내용증명을 2번 보냈다고 한다. 그후 현재까지 1년여간 추가 독촉은 없었다고 한다.
이걸 가지고 사람들은 김수현이 과도한 빚 독촉으로 김새론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그를 악마화했다. 소속사와 김수현은 서로 다른 존재인데 소속사의 빚 독촉을 김수현의 행위로 여기는 것부터가 이상하다.
소속사와 김수현이 특수관계이니 동일체라고 가정해도, 김수현을 빚 독촉 악마로 단정하긴 힘들다. 7억원을 빌려주면서 이자도 받지 않고 2년여간 독촉을 단 2번만 한 게 사실이라면 매우 약한 빚 독촉이다. 그렇게 거액을 좋은 조건으로 빌려주고도 악마로 비난받는 건 말이 안 된다.
게다가 김수현 측은 독촉 자체가 아예 없었다고 주장한다. 2번의 내용증명은 회계처리를 위한 형식적 절차였을 뿐이고, 그에 대해 김새론 측에게 설명을 해줬다고 했다. 그리고 7억원은 사실상 탕감해줬다고 했다. 내용증명이 그 탕감을 위한 절차였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찬사를 보낼 일이다. 당시 김새론과 김수현은 헤어진 지 4년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4년 전 여자친구의 억대 빚을 부담해준단 말인가?
그런데도 빚 독촉 비난이 계속되자 김수현 측이, 내용증명에 대해 설명해주는 녹취를 공개했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김수현이 빚 독촉으로 김새론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이 이어진다. 도대체 한국사회에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이 지성을 상실해가기라도 한단 말인가?
얼마 전 김새론 사망 당시 많은 이들이 폭로 유튜버를 규탄했다. 유튜버의 방송을 받아쓰기 보도한 언론도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김수현을 대상으로 그때의 양상이 그대로 반복됐다. 유족을 대리한다는 유튜버의 폭로를 언론은 받아쓰기에 바빴고 대중은 그 폭로를 사실로 믿으며 공분했다. 과거엔 김새론이 악마화됐고 지금은 김수현이 악마화된다.
물론 김수현이 미성년 교제를 비롯한 여러 의혹들에 거짓말을 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데 그 부분은 지금 진실 공방 중이고 김수현 측에서 수사로 검증하자며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수사기관 검증 결과, 또는 유족의 증거 제시 등으로 거짓이 드러나면 그때 비난해도 늦지 않다. 확실해질 때까지 판단을 유보할 줄 아는 능력이 바로 시민사회의 지성이고 이성이다.
김새론 죽음의 원인을 김수현에게서만 찾는 것도 이상하다. 이미 5년 전에 헤어졌고 내용증명도 1년 전 일이다. 김새론의 최근 심경에 대해 알려면 최근 일들도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왜 김새론 죽음의 책임을 자동적으로 과거 남친 한 명이 져야 한단 말인가? 언론조차 대중여론에 편승하는 분위기여서 한국사회의 바닥이 드러난 느낌이다. 경제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우리 공론장의 수준은 아직 '선진'이라고 할 만한 단계는 아닌 듯하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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