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안동 등 주산지 3천㏊ 이상 피해…정확한 피해 규모는 4월 중순 이후 윤곽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안동시 임하면 사과 농장이 탔다. 경북도 제공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사과 농장. 경북도 제공
"이번 산불로 사과나무가 전부 불탔어요."
전국 사과 생산의 핵심 축인 경북 북부 '사과 벨트'가 산불 피해로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일주일간 이어진 화마는 의성과 안동 등 주요 산지 과수원 3천366㏊를 잿더미로 만들며, 재작년 전국을 뒤흔든 '금사과 사태'의 악몽을 소환하고 있다.
▲ 주산지 휩쓴 화마, '수급 도미노' 우려
3일 경북도 집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과수원 피해 면적은 도내 전체 사과 재배지의 약 17.5%에 달한다. 전국 사과 공급량의 58%를 담당하는 경북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시장 수급 불균형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의성군(1천620㏊)이며, 안동(1천86㏊)과 청송(531㏊) 등 브랜드 사과 주산지들이 뒤를 이었다. 영양(70㏊)과 영덕(59㏊)에서도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오는 8일까지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을 통해 접수되는 최종 피해 규모는 현재 잠정 집계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 꽃망울 대신 그을음… '보이지 않는 피해'에 촉각
현장의 긴장감은 단순 소실 면적보다 4월 중순 개화기에 쏠려 있다. 겉으로 타지 않았더라도 고온의 열기에 노출된 사과나무가 꽃눈을 맺지 못할 경우 실질적인 생산량 감소 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구경북능금농협 박현준 팀장은 4월 중순은 지나야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다며, 개화 시점까지의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3천㏊ 규모의 신고를 접수했으나, 실제 화마에 직접 닿은 면적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한영 대변인은 농촌진흥청 전문가들의 현장 진단을 근거로 직접 소실 비중을 전체의 20% 미만으로 추산하면서도, 열기로 인한 간접 피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 중이다.
▲ 긴급 회복 기술 투입… 매뉴얼 수립 병행
경북도는 사과나무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센터와 손잡고 '긴급 영농기술지원단'을 현장에 급파했다. 지원단은 피해가 집중된 5개 시군을 돌며 나무별 상태에 따라 신규 식재 여부와 착과량 조절 등 맞춤형 처방을 내리고 있다. 단순히 불에 탄 나무를 제거하는 수준을 넘어, 열기로 손상된 꽃눈의 회복 가능성을 진단하고 토양 복원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이다. 조영숙 경북도농업기술원장은 정밀 조사와 컨설팅을 통한 농가 회복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도는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사과 산불피해 회복력 향상 기술개발' 연구를 긴급 과제로 추진, 향후 유사 재난 발생 시 활용할 대응 매뉴얼과 정책 자료를 구축할 계획이다.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