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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혁기자〈사회3팀〉 |
단순한 동화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이야기가 '은혜를 갚는다'는 가치를 강조하려 했다는 것은 명확하다. 과거나 현재나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특성상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때가 많다. 그 누군가는 가족, 친지, 직장 동료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전혀 모르는 타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같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시대에는 받은 도움에 보답하기는커녕 잊고 지낼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심지어 귀찮은 일에 연루될까봐 누군가를 돕는다는 행위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많이 본다.
최근 역대 최악의 산불을 겪은 경북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이 은혜를 갚겠다고 나서 주목받는다. 그 대상은 산불로 고통받은 이웃 주민들이다.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 나선 이 시장은 "이제는 포항이 빚을 갚을 차례다"라고 강조했다. 포항시가 갚아야 할 빚은 바로 이웃으로부터 받은 은혜다. 포항은 지난 2007년 '11.15 포항촉발지진'과 2022년 '힌남노 태풍'이라는 큰 재난을 겪었는데, 이번 산불 피해지역인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으로부터 인적·물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 당시 지자체 차원의 성금이 줄을 이었고 이는 이재민들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성금 외에도 자원봉사를 위해 지진 대피소로 달려온 영양군청 직원, 휴지 3천600롤을 보낸 의성군 새마을회, 힌남노 침수 건물 청소에 나선 영덕군과 안동시 직원 등 포항시민들은 이들로부터 받은 크고 작은 은혜를 기억하고 있다.
이 시장의 발표에 화답하듯 포항 각계각층으로부터 성금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일 포항시에서 열린 성금 전달식에서는 삼일가족 1억 원을 비롯해 포항시개발자문위원연합회가 1천만 원, 문수사신도회가 1천만 원을 전달하는 등 여러 곳으로부터 성금 기탁이 이어졌다. 보은(報恩)에 나선 포항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이런 분위기가 포항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하길 바라본다. 그리고 '은혜 갚기'가 다시 은혜를 나누고 순환시키는 긍정적인 힘으로 사회에 작용하길 소망한다.
전준혁기자〈사회3팀〉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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