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결론 못 내...“다 죽은 뒤에 보상할 거냐” 분노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7일 포항시청에서 지진 항소심 재판 촉구를 탄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1·15 포항 촉발지진이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국가 등을 상대로 한 정신적 피해 위자료 소송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진 후 현재까지 2만4천여 명의 어르신이 유명을 달리한 가운데,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죽고 나서 보상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정부와 법원을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의장 모성은)는 7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 촉구를 탄원하는 시민 서명부 6만명 분을 법원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범대본은 8일 항소심이 진행되는 대구고등법원에 직접 탄원서와 서명지를 제출한다. 11면에 관련기사
앞서 2023년 11월16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현숙)는 정부·포스코홀딩스·포항지열발전·한국지질자원연구원·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을 상대로 지진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00만 원 혹은 3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했다. 하지만 포스코와 정부는 즉각 항소에 나섰다. 당시 포스코는 자사의 참여 분야가 지진 원인인 '지하 천공 및 시추' 분야와 관련이 없다며 항소했고, 정부법무공단은 말을 아끼며 소송 수행청인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의견을 종합해 항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항소에 따라 법정 공방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이에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포항시민이라고 볼 수 있는 소송인단(법원 정보공개청구 자료 기준 49만9천881명)은 갈수록 지연되는 재판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7년 이후 해마다 많게는 3천800명의 시민이 숨지고 있어 재판이 늦어질수록 보상이 가지는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진 진앙인 흥해읍 주민 손어영(여·46)씨는 “1심도 그렇게 끌더니 도대체 언제 결론이 날지 답답하다"며 “조그만 진동에도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불안한데, 이런 심정을 누구에게 토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포항 촉발지진 발생 7주기를 맞아 서명운동에 돌입했던 범대본은 이번 1차 서명부 제출 이후에도 서명운동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모성은 의장은 “항소심에서 다투고 있는 지열발전과 포항지진의 인과관계는 이미 정부조사연구단에 의해 이미 증명된 사안"이라며 “1심의 소송인단 승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에서 소송을 지연시키는 것은 포항시민을 기만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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