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군부대 통합 이전지 핵심시설 ‘과학화훈련장’ 조성 계획 가시화
평범한 농촌 마을, 국책 사업 추진 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편입
군위군청 전경. 군위군 제공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옛 명칭 고로면) 인곡리 일대 농경지와 임야가 오는 10일부터 규제 구역에 다시 포함된다. 대구 도심 군부대 통합 이전지의 핵심 시설인 '과학화훈련장' 조성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평범한 농촌 마을이 국책 사업 추진을 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편입된 것.
◆ '과학화 훈련장' 발(發) 추가 규제… 대구 최대 면적
8일 영남일보 취재결과, 이번에 대구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한 삼국유사면 인곡리 일원(13.7㎢)을 포함하면 군위군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총 204.1㎢로 늘어나게 됐다. 군위군 전체 면적(약 614㎢)의 3분의 1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다.
군위군은 대구시 9개 구·군 중 가장 넓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보유하게 됐다. 대구경북 신공항 조성과 대구 도심 군부대의 통합 이전 등 대형 개발 현안이 집중되면서, 대구시가 투기성 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내린 조치다. 지정 효력은 오는 2030년 4월까지 5년간 유지된다.
◆지정·해제 반복… '핀셋 규제' 기조 강화
군위군에 대한 토지 규제 지도는 최근 2년간 요동쳤다. 2023년 7월 대구시 편입 당시엔 군위군 전역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이후 대구시는 지난해 1월, 개발 계획과 무관하거나 지가 상승 우려가 낮은 지역의 약 70%를 해제하며 숨통을 틔워줬다. 당시 삼국유사면은 전체가 해제되기도 했다.
하지만 군부대 이전지가 삼국유사면 일대로 구체화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가변동률 등 지표 불안정이 지속된 군위읍은 규제가 유지됐고, 이번에 인곡리 일대가 재지정되면서 규제 범위는 다시 확장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1년여 만에 규제가 재개되자,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인곡리에서 3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 이영호(68)씨는 "지난해 규제가 풀렸다고 해서 이제야 땅 좀 정리하고 자식들 도와주려 했더니, 다시 묶인다는 소식에 앞이 캄캄하다"며 "국가 사업도 좋지만, 평생 이곳을 지킨 우리같은 농민들에게는 재산권 행사를 막는 '희망고문'이나 진배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투기 세력 유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민 최원호(55)씨는 "군부대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외지인들이 땅 값을 물어보러 다니는 걸 자주 봤다"며 "진짜 농사짓는 사람들에겐 불편하겠지만, 동네 땅값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아 나중에 공사가 시작될 때 보상 갈등만 커지는 것보다는 지금 묶어두는 게 낫다"고 했다.
◆실거래 정밀 검증… "지가 안정 시 단계적 해제"
규제 구역 내에선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토지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자료 제출이 필수다. 대구시는 허가 발표 이후 접수되는 모든 실거래 신고 건에 대해 불법 증여와 이상 거래 여부를 전수 조사할 방침이다.
군위 소보면에 사무실이 있는 공인중개사 최태복(60)씨는 "규제가 강화되면 실수요자들조차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거래를 꺼리게 돼 지역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함께 주민들을 위한 구체적인 인센티브나 피해 보상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실수요자 위주의 거래만 허용하는 강력한 시장 통제 수단이다. 시는 향후 부동산 시장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해 지가가 안정될 경우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허주영 대구시 도시주택국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국가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필수 조치"라며 "행정 처리 기간을 단축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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