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교육청 문화유산해설사들
하목정서 콩물로 마루 문질러
무릎에 피멍 들어도 솔선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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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댐을 마친 달문유가 회원들이 하목정 보존회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보물로 지정된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 소재 하목정 보존회장 이조균씨의 말이다. 지난달 25일 오전 10여 명의 사람이 하목정을 찾았다. 속칭 '몸빼'로 불리는 작업복에 팔·다리 토시를 착용한 그들의 손에는 낯선 물건들이 들려 있었다. 물에 불린 콩, 믹서기, 속이 빈 헝겊 주머니에다 들기름병을 든 이도 있었다. 이들은 관광객이 아닌 '달성군 문화유산 가꾸미'(이하 달문유가) 회원들이었다.
달문유가 회원은 전원 달성교육지원청 '학부모문화유산해설사' 회원이다. 올해로 해설사 13년 차인 이들은 작년 연말부터 특별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바로 '고택 콩댐' 봉사였다. 콩댐은 물에 불린 생콩을 간 콩물에 들기름을 섞은 후, 그 물로 장판이나 마루를 문질러 광을 내고, 자재의 내구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이들은 13년째 문화유산해설을 하면서 일부 고택 마루가 허옇게 변색된 것을 종종 목격했다. 이것이 콩댐 봉사의 계기가 됐다.
"제대로 콩댐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 하나도 대충하면 안 돼요. 예를 들면 콩물 하나도 24시간 이상 불린 생콩을 현장에서 직접 갈아서 사용해야 해요. 그래야 콩댐이 잘되거든요." 땀을 뻘뻘 흘리며 하목정 대청에서 콩댐을 하던 달문유가 주경아 회장의 말이다. 옆에 있던 배미연 총무는 "회원들이 아직 콩댐에 익숙지 않다 보니 몸살을 앓기도 하죠. 그래도 다들 좋대요. 아이들에게 엄마의 작품이라며 자랑할 수도 있고요"라며 거들었다.
이날 작업을 마친 달문유가 회원들의 무릎은 하나같이 다 붉은 멍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다들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달문유가 봉사단은 일주일 뒤 31일에는 하빈면 묘리에 있는 보물 태고정과 대구시유형문화유산 도곡재에서도 콩댐 봉사를 진행했다. 콩댐 봉사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는 회원들이 낸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 달성군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달문유가 회원은 18명이다. 대부분 여성이며 평균 연령은 40대 중반이다. 올해 달문유가는 콩댐 봉사가 주가 되는 '문화유산 가꾸미' 활동과 함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문화유산 교육'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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